`폭탄주` 마시고 `피아노` 친 국회의원
`폭탄주` 마시고 `피아노` 친 국회의원
  • 북데일리
  • 승인 2006.04.1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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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연희 의원 손금이 궁금하다. 안 봐서 모르지만 꽤 좋은 생명선을 갖고 있을 것이다. 12일 국회 윤리특위도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에 대한 윤리심사 안건을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처리하지 못했고 현재 의원직을 수행하고 있다.

알려진 대로 최 의원은 당일 폭탄주 7잔을 마셔 필름이 거의 끊긴 상태였다고 한다. 의원직 경력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긴 최 의원이 마신 폭탄주의 실상을 책 <발칙한 신조어와 문화현상>(작가. 2006)가 파헤쳐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추계예술대 문예창작학과 김다은 교수가 2년여 간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연구결과다.

책에 따르면 폭탄주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제조법과 신조어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맥주잔에 양주잔을 넣은 후 휴지로 컵 윗면을 막고 흔들어 마시는 회오리주, 나무젓가락을 손으로 가볍게 쳐내는 골프주, 맥주잔에 젓가락 두개를 걸치고 위에 양주잔을 놓은 상태에서 테이블에 머리를 대며 ‘충성’을 외치면 맥주잔 안으로 양주잔이 떨어져 들어가는 충성주 혹은 마빡주, 콘돔 끝부분에 작은 구멍을 내고 마시는 콘돔주 등 폭탄주가 만들어 낸 신조어들은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나 반문화적인 표현이 대부분이다.

최 의원의 `성추행`은 저자가 언급하는 ‘피아노’ 라는 용어와 절묘히 맞물려 눈길을 끈다. ‘피아노’란 룸살롱에서 여자의 몸을 만지거나 성희롱 하는 행위를 일컫는 은어다.

저자는 폭탄주와 피아노의 절묘한 야합을 예리한 시선으로 지적했다. 폭탄주는 사람이 가장 잘 취하는 술 제조법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에 이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높은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갖고 있는 이라 해도 이성의 마비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듯 여자들의 서비스를 사는 남성들의 행위를 ‘성매매의 전주곡’이라 지칭한다. 이는 여성들의 몸을 더듬고 희롱하는 ‘피아노’의 전주곡인 셈이다.

“집에서 귀한 손님과 술을 마시며 폭탄주를 만들지는 않는다. 감히 여자를 불러 ‘피아노’를 치지도 않는다. 이는 자신의 신분과 체면에 걸 맞는 행동을 하는 동시에 상대를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본문 중)

이에 반해 룸살롱에서의 행동은 어떠한가.

“룸살롱의 폭탄주는 이성과 신분과 체면을 단숨에 내팽개치고 여자들을 마음대로 다루게 만든다. 그러므로 폭탄주와 피아노는 성매매의 전주곡인 셈이다” (본문 중)

폭탄주를 배경으로 이뤄지는 성매매 행위를 ‘범죄 행위’라 지칭하며 “대학생인 내 딸이 주부인 내 아내가 미래 내 아들의 아내가 어두운 룸 안에서 모르는 남자 옆에 앉아 폭탄주를 흔들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작가의 발언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사회문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형적 음주문화’를 들여다 본 한권의 책과 성추행을 저지른 현직 의원의 만행이 절묘하게 오버랩 된다.

저자는 신조어가 폭력, 권력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반문화적 작동에 은밀하게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발칙한’ 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폭탄주` 신조어와 `피아노` 외에 `귀차니즘` `즐~` `지름신` `찌질이` 등도 소개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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