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면 말해, 이제 언니들이 군대갈께
힘들면 말해, 이제 언니들이 군대갈께
  • 북데일리
  • 승인 2006.04.12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허전함을 느끼네. 내안에 숨겨둔 마음을 너는 알고 있을까. 누군가를 생각해 함께 있는 너에게. 내안에 숨겨둔 마음을 보여줄 순 없겠지”

모던 록 밴드 <언니네 이발관>이 부른 노래 ‘보여줄 순 없겠지’이다. 가사처럼 보여줄 수 없지만 타인의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터넷사이트 ‘언니네(www.unninet.co.kr)’ 집 안에 있는 ‘자기만의 방’은 여자들만의 솔직한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사이버 공간이다. ‘언니네 방’에는 여성들의 숨은 욕망에 관한 고백, 섹스에 관한 성찰적 회고, 남자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용감한 여자들의 지혜와 대담한 삶의 방식 등 금기를 깨는 여자들의 경험이 살아 숨 쉰다.

이 은밀한 방에는 여성의 군복무 문제부터 섹스에 대한 고민에 이르기까지 언니들의 수다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진다.

“가부장적인 남성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데는 크게 두 가지가 늘 함께 따라다니는데, 내가 너희들을 다 먹여 살리고 지켜준다는 것. 즉 돈 벌어 오는 것과 군대 다녀온 훈장이 아니던가. 그래서 군대 현역복무기간이 세계 1위라는 건강한 한국 남성들의 복무기간도 줄이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별 대신 대체복무의 기회를 주는데 힘도 보탤 겸, 우리 여성들도 어떤 형태로든 대체복무의 일부분을 감당하는 것이 어떨지.”(날라리2 ‘여성의 병역 대체복무 참여’)

“그런데, 도대체 그런 건 어디서 배웠을까? 누가 그래야 한다고 가르쳐준 적도 없는데, 아무 느낌도 없으면서 아니 아프고 힘들기만 하면서...... 근 10년 동안 몇 명의 연인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섹스에 있어 내게 늘었던 건 섹스의 즐거움이 아니라 연기력뿐이었다. 나를 사랑했다던 그 남자들은 과연 눈치라도 채고 있었을까?”

(노랑애벌레 ‘섹스에 관한 고백’)

이처럼 <언니네>의 ‘자기만의 방’은 여성들이 어디에서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가 거침없이 쏟아진다. 여성들만 혹은 유료회원만 글을 쓰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자못 적나라하다.

<언니네 방>(갤리온.2006)은 언니네 사람들의 이런 은밀한 고백들이 담긴 책이다. 강정 시인은 이 책을 읽고 “‘언니네 방’을 다녀온 서른 중반의 독신남성으로서 남성들에게 탄원하건대, 아랫도리만 이승엽 방망이처럼 휘둘러대지 말고 제발 좀 주둥이부터 원활하게 놀리고 살아보자”고 호소한다.

잠자리에서만 이대근처럼 “나 자신 있다구”를 외쳐대는 남성들이여! 남아도는 힘 있거들랑 주점 언니들한테 바치지 말고, 어머니 같은 언니들이 들려주는 진지한 삶의 얘기에 귀 좀 기울이시라.

(사진=록 밴드 ‘언니네 이발관’)[북데일리 서문봉 기자] munbong4@hanmail.net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