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권 새인물, 신사임당? 김만덕?
5천원권 새인물, 신사임당? 김만덕?
  • 북데일리
  • 승인 2006.04.1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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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무궁화, 거북선, 다보탑, 벼, 이순신, 두루미, 이황, 이이, 세종대왕의 공통점은?

답; 화폐의 인물

초등학생도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내면 좀 갸우뚱할 것이다.

문; 다음 중 화폐 속 인물과 단위가 잘못 연결된 것은?

① 무궁화-1원 ② 거북선-5원 ③ 다보탑-10원 ④ 벼-50원 ⑤ 이순신-100원

⑥ 두루미-500원 ⑦ 이황-1000원 ⑧ 김만덕, 신사임당-5000원 ⑨ 세종대왕-10000원

정답은 사상초유의 지폐리콜 사태를 불러왔던 ⑧번 5000원권. 물론 5000원권의 인물은 이이 선생이다. 신권 5000원 뒷면에는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그린 표충도가 들어 있다. 많이 쓰지 않는 5000원 권을 갑자기 바꿔야 했던 이유 또한 논란이 된 가운데, 새 화폐의 인물로 신사임당을 넣으려는 수순이라는 얘기도 들려온다.

화폐는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이다. 그러나 역사 속 인물이 어디 남자만 있었던가. 여성단체에서 끊임없이 제기해온 문제 중 하나도 화폐 속 새 인물을 여성으로 하자는 것이다. 만일 새로운 단위의 화폐가 나온다면 어쩌면 여성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화폐의 첫 여성인물을 누구로 할 것인가가 문제다. 여기 신사임당과 김만덕, 서로 다른 성격의 두 명의 여성이 있다.

신사임당은 유교적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순종적인 여성상이다. 새 화폐 인물 선정에 대비해 사임당의 영정이 있는 강릉시는 친일작가 김은호가 그린 영정을 교체하고, 사임당 탄생 502주년을 나타내는 5000원 신권 중 일련번호 AA0000502A 지폐를 전시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김만덕은 ‘만덕 할망’으로 불리는 제주의 거상(巨商)이었고, 기근이 닥쳤을 때 전 재산을 내놓아 굶주린 백성을 살린 공으로 임금을 만나기까지 한 인물이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관기(官妓)로 살았던 그는 스스로 관아에 찾아가 양민의 신분을 회복하고 평생 결혼을 하지 않은 진취적인 여성이었다. 격랑의 시대인 조선후기에 여성에게 강요된 굴레를 극복하고 막대한 부를 쌓은 후 이웃과 함께 나눔을 실천한 사람이다.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푸른숲.2006)는 시대의 변방에서 불꽃처럼 살다 간 김만덕의 일생이 제주의 독특한 생활문화사 풍경 안에 바람 속 돌담으로 우뚝 자리하고 있다.

한편 2003년에 발족한 김만덕기념사업회(www.manduk.org)는 김만덕의 생애와 활동을 담은 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화폐인물 수록, 드라마 시나리오 공모 등 기념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사임당과 김만덕. 순종적인 여상상이냐, 진취적인 여성상이냐. 누가 새로운 화폐 속 인물이 되면 좋을까.

(사진=김만덕 기념전시관과 초상화)[북데일리 문수인 기자] beihanshan@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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