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부장 기획력의 결실 15만독자 손짓
이진희 부장 기획력의 결실 15만독자 손짓
  • 북데일리
  • 승인 2006.03.2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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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S뒷담화]日소설 기획 이진희 은행나무 편집부장

여기 한 정신과 의사가 있다. 하마 같은 덩치에 간드러지는 웃음소리, 갈빗집 하나를 문 닫게 할 만큼 왕성한 식욕을 가진 ‘조금’ 특이한 의사다.

문제는 그가 그 큰 몸으로 아슬아슬한 공중그네 서커스에 도전한다는 사실이다. 칼부림이 일어나는 야쿠자들의 담판 현장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겁 없이 훈수를 두고 환자들과 투합해 육교에 올라가 이정표를 슬쩍 고쳐 놓기도 하니 이쯤하면 ‘엽기’ 의사라 불릴 만 하다.

그의 이름은 소설 <공중그네>(은행나무. 2005)의 주인공 ‘이라부’. 15만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이라부’ 는 작가 오쿠타 히데오에게 131회 나오키상을 안겨준 기발한 캐릭터다.

<공중그네>를 펴낸 출판사 ‘은행나무’의 이진희 편집부장은 “이라부는 현대인의 병폐를 치료해주는 사랑스런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요시다 슈이치, 알랭드 보통, 오쿠타 히데오 등 인기작가들을 키워 낸 ‘은행나무’를 찾아가 출간된 지 1년이 넘도록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공중그네>의 인기 비결을 들어봤다.

“광고경력이 출판에 큰 도움”

<공중그네>의 기획, 편집을 담당한 이진희 편집부장은 광고인 출신이다. ‘토종 출판인이 아니라는 핸디캡이 있지 않을까’ 라는 우려와 달리 이 부장은 광고에서 쌓은 번뜩이는 기획력을 출판에 적용시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냈다.

<동경만경>(은행나무. 2004), <우리는 사랑일까>(은행나무. 2005), <퍼레이드>(은행나무. 2005), <랜드마크>(은행나무. 2006), <러브스토리 in 하버드>(팬덤. 2004), <대장금 1,2,3>(은행나무. 2003),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은행나무. 2002) 등 트렌드와 작품성을 갖춘 인기작품들이 모두 은행나무의 손을 거쳐 나왔다.

이 부장은 출판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을 기획으로 꼽는다.

“어느 한 분야를 빼 놓을 수 없을 만큼 모두가 중요하지만, 기획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 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몸담았던 광고 분야에서는 ‘기획’이 차지하는 영역이 출판보다 넓기 때문에 지금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는다는 그녀는 광고경력이 출판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방송, 인터넷, 라디오 매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홍보, 마케팅을 하는 공격적인 광고기획 마인드를 출판에 접목시켜 많은 책들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오쿠타 히데오 어떻게 발굴 했나”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해 일본작가들의 한국 내 인기는 매우 지속적인 편이다. 한 권으로 인기를 끌면 다음 작품은 최소한의 판매부수를 보장 받을 정도니 판권경쟁을 위해 한국 출판사들의 경합이 벌어지는 일은 당연한 현상이다.

151회 나오키 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타쿠 히데오를 향한 국내 출판사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은행나무 대표는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프레젠테이션까지 하는 열의를 보여 국내 판권을 따냈다.

당시 일본출판사와 관계자들에게 한 약속은 “마지막까지 이 작품을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은행나무는 국내 독자들과의 약속뿐 아니라 대외신인도와 관계된 국제적 약속을 매우 중시한다. <공중그네>를 위해 1년 넘게 마케팅을 지속해 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지속적인 마케팅과 세트판매 아이디어”

15만부가 팔린 오쿠타 히데오의 <공중그네>는 2005년 1월에 출간됐다. 나온 지 1년 2개월이나 지난 이 책은 여전히 베스트셀러 순위에 빠지지 않고 포함된다.

오쿠타 히데오의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소개 됐던 <공중그네>. 이 부장은 지속적인 마케팅에서 인기비결의 답을 찾았다.

“독자들의 입소문 덕도 있었지만 ‘단 하루라도 독자들의 눈앞에서 벗어나면 끝’이라는 각오로 펼친 지속적인 온. 오프 마케팅이 좋은 결과를 거둔 것 같아요”

그녀의 말처럼 <공중그네>는 시내대형서점 어느 곳에 가도 눈에 띄는 ‘모습’으로 놓여있었다. 2005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세트 판매’로 판매부수가 급증하기도 했다.

오쿠타 히데오의 <인더풀>(은행나무. 2005)과 <공중그네>를 묶은 세트 판매는 기대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많은 출판사들이 두 권을 묶어 팔 때 랩포장을 하는데 저희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한 권을 덤으로 준다는 느낌이 아니라 오쿠타 히데오의 작품 모두를 ‘선물’ 받는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모험하는 심정으로 제작비를 들여 세트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이 부장은 독자들이 양장하드커버에 손을 내미는 게 사실이지만 실제로 갖고 다니기 편리한 것은 ‘소프트 커버’라는 사실에 착안해 세트에 넣는 <인더풀>은 ‘소프트 커버’로 만들어 넣었다.

독자들은 두 권이 함께 담긴 세트를 선물용, 추천용으로 구입하기도 했고, <공중그네>만 읽은 독자들은 양장 하드커버로 된 <인더풀>을 따로 구입하기도 해 세트판매는 1석2조의 효과를 낳았다.

“신나서 하는 일, 화기애애한 사무실”

이 부장은 ‘신나서’ 일하는 스타일.

“한권의 책을 내 놓을 땐 자식을 세상에 내 놓는 것 같아요”

그 열정은 스스로가 일을 즐기기 때문에 발생되는 천연 에너지다. 딱딱한 상사는 질색이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부터 친구 같은 상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편집부 팀원들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어떤지 좀 봐주세요” 라는 말과 함께 각자의 책상 위에 아이디어와 기획이 ‘Copy` 된 종이를 놓고 간다.

“딱딱한 회의는 발표자들을 경직시키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드러내지 못할 수 있어요”

이 부장은 경직된 분위기의 회의보다는 자연스런 의견수렴 방식을 선호한다. 팀원들도 이 방식을 통해 타인의 견해를 듣는 것을 즐긴다.

서로의 아이디어와 기획을 부담 없이 공유하고 키워나가는 방식은 은행나무 직원들의 오랜 습관이다.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책 만들 터”

은행나무는 특정분야의 책을 고집하거나 선호하지 않는다.

시대와 독자가 요구하는 책을 만든다.

좋은 작가를 발굴해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 시켜주는 일도 자신들의 중요한 몫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얼마 전 <동경만경> <퍼레이드>의 요시다 슈이치의 내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알랭드 보통, 오쿠다 히데오, 요시다 슈이치 등 좋은 작가를 발굴, 육성 해 온 ‘은행나무’는 앞으로도 변화하는 독자욕구에 발맞춰 나갈 계획이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책으로 만들어 해외에 알리는 브랜드 ‘팬덤’을 만들어 <대장금> <러브스토리 in 하버드>를 출간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영미, 일본, 중국 유능한 작가들의 작품 출간을 앞두고 있는 은행나무 가족들은 재미있고, 읽고 싶은 책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깔깔’ 대며 즐겁게 일한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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