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갈등에 금융사 시름만 깊어져
금융위·금감원 갈등에 금융사 시름만 깊어져
  • 박재찬 기자
  • 승인 2019.06.13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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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골 깊어지는 금융위와 금감원
금융사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의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화이트페이퍼=박재찬 기자]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양 금융당국 수장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양쪽 눈치를 다 봐야하는 금융사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최 금융위원장은 윤 금감원장이 야심차게 조사해 온 키코(KIKO)사태와 관련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는가 하면, 회계 부정행위 신고에 포상금 한도 인상이 필요하다는 금감원의 입장에 포상금 인상은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또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 인가에 지원사 모두가 탈락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의 혁신금융 추진에 금감원이 딴지를 걸었다는 해석도 분분했다. 이 밖에도 금융위와 금감원은 각종 현안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힘겨루기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키코가 분쟁조정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한다”며 “분쟁조정은 당사자들이 받아들여야 이뤄지는 거라 분쟁조정위원회가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년간 키코를 두고 재조사를 했고, 이달 말 분조위를 열어 키코 피해 보상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금감원 분조위 상정을 앞두고 금융위 수장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수출 기업들이 환위험 헤지 목적으로 가입했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 환율이 급변동해 피해가 속출했다. 대법원은 키코 계약이 불공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금융소비자 보호’의 일환으로 재조사를 진두지휘했다. 금감원은 분조위를 통해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판단에 따라 보상비율을 결정해 권고할 계획이다. 만약 이번 조정안이 나올 경우 약 200여개 피해기업들이 추가 분쟁조정을 신청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 금융위원장과 윤 금감원장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 기관은 각종 현안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은 분식회계 등 회계 부정행위 신고에 포상금 한도 인상을 두고도 마찰을 일으켰다. 금감원은 회계 부정행위 신고포상금 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점진적으로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작 포상금 지급 주체인 금융위는 지난 2017년 포상금 한도를 이미 높였기 때문에 또 다시 포상금 인상을 논의할 시기는 아니라면 선을 그었다.

■ 금융사,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

지난 5월에는 금융위가 혁신금융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과정에서 금감원 산하 자문기구 외부평가위원들은 후보로 나선 가칭 ‘키움뱅크’와 ‘토스뱅크’ 모두를 탈락시켰다. 최 금융위원장은 “두 곳 모두 탈락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금감원의 심사 결과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의 혁신금융 추진에 금감원이 딴지를 걸었다는 해석이 분분했다.

당초 지난 4월 출범 예정이었던 금감원 특수사범경찰 출범도 두 기관의 힘겨루기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양 기관은 특사경 출범을 두고 사무실 위치에서부터 명칭, 조사범위에 이르기까지 의견이 엇갈리면서 무기한 연기돼 왔다. 결국 금감원은 금융위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현재 운영예산 등을 두고 막판 조율 중이고 이르면 이달 중 출범할 전망이다.

또 윤 금감원장이 4년 만에 부활시킨 종합검사에는 최 금융위원장이 딴지를 걸었다. 최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이 스스로 중단했던 종합검사를 재개하는 데 우려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금감원 종합검사는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한화생명과 메리츠화재도 오는 17일부터 시작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힘겨루기가 처음은 아니지만 최 금융위원장과 윤 금감원장처럼 갈등이 심한 적도 없었던것 같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양쪽 눈치를 다 봐야하는 금융사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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