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조선희 혼자먹는 점심 소설의힘 고독
작가 조선희 혼자먹는 점심 소설의힘 고독
  • 북데일리
  • 승인 2006.03.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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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KBS 1FM Radio 이주향의 문화포커스에 일간지 기자, 영화주간지 ‘씨네21’ 편집장을 지낸 소설가 조선희가 소설집 <햇빛 찬란한 나날>(실천문학사. 2006)을 들고 출연했다.

“얼굴이 좋아졌다”는 이주향 교수의 말에 조선희는 “술을 덜 마시고 야근을 안 하니 몸이 편해 얼굴이 좋아졌다”고 답했다.

‘조직생활’을 오래 경험 한 작가에게 혼자 하는 글쓰기 작업은 여전히 고독하고 익숙지 않다. 종일 혼자 글을 쓰고, 혼자 점심을 먹는 일은 때론 외롭다.

조선희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소설을 쓴다면 계속 혼자 점심을 먹으면서까지 글을 써야 하나? 라는 갈등에 빠질 것 같다”며 소설쓰기의 외로움을 드러냈다.

표제작 ‘햇빛 찬란한 나날’은 1970년대 서독으로 유학을 갔던 한 여자의 이야기다. ‘고시공부나 데모’ 중 어느 것도 택하지 못했던 많은 젊은이들은 음악다방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전혜린과 니체에 심취했다. 소설의 주인공 역시 전혜린의 죽음을 흉내 내고 싶어 했던 세대였다.

작가는 독일에서 유학한 친구로부터 들은 ‘본게마인샤프트’(Wohngemeinschaft : 집단주택)를 소재로 소설을 썼다.

본게마인샤프트는 10명, 20명의 젊은이들이 단체로 거주면서 `모든 것`을 공유하는 공동주거공간이다. 모든 것에 ‘사랑’까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소설의 주요 쟁점이다. 남편의 사랑을 독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주인공은 결국 본게마인샤프트를 떠난다. 한국으로 돌아와 곧 재혼 하지만 이 역시 순탄치 못하다.

“주인공은 ‘열려진 결혼’이 싫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한국의 결혼제도에 귀환한 것인데 권위적인 남자와 여자에게만 주어지는 가사노동을 감당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미 이상적인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꼈던 것 같다”

조선희는 친절한 설명으로 주인공의 복잡한 심리를 해석했다.

“나는 욕망의 계층이론을 수정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먹고 마시고 잠자는 욕구가 충족된 뒤에 오는 것이 반드시 이상이나 자아실현의 욕망은 아니다. 허무와 권태일 수도 있다. 계단위에서 두개의 욕망이 자리싸움을 한다. 이상이나 의지의 힘이 약하면 허무와 권태가 밀고 들어온다“

방송은 인간의 이상과 욕망, 허무와 권태를 표현한 인상적인 대목을 인용했다.

작가는 “‘이상’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햇빛 찬란한 나날’을 표제작으로 택했다”고 했고, 여전히 ‘이상’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자신을 ‘낭만주의자’라고 지칭했다.

한편, 한겨레 문학담당 최재봉 기자는 추계예대 문창과 김다은 교수의 장편 소설 <이상한 연애편지>(생각의나무. 2006)을, 장영희 교수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민음사. 2005)을,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고두현 기자는 안현미 시인의 새 시집 <곰곰>(중앙M&B. 2006)을 소개했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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