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정우 시대의 빛과 그림자... 非 글로벌이 글로벌 경영 역량이 된 ‘슬픈’ 포스코③
포스코 최정우 시대의 빛과 그림자... 非 글로벌이 글로벌 경영 역량이 된 ‘슬픈’ 포스코③
  • 산업팀
  • 승인 2019.04.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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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포스코 권오준 전 회장이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힌 게 1년 전인 2018년 4월18일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퇴진 압력 설은 꾸준히 나왔지만, 갑작스러운 사퇴 의사 표명이었다. 물론 문재인 정부 때만 있었던 일은 아니다.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됐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고 정도에 따라서 경영해나가는 게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사퇴 표명 19일 전인 2018년 3월31일 권 전 회장이 창립 5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되는 회장(CEO) 교체와 관련돼 말한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가 나온 뒤 선임된 최정우 신임 회장은 내부(사외이사)가 통제해서 나온 회장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해 나가고 있다.

일명 ‘사외이사 제(製)’ 회장이 최초로 탄생한 지 1년이 된 시점에서 포스코의 오늘, 내일의 명암을 짚어본다.

집중해부 ③ 무엇이 글로벌인가? 사외이사 발(發) 실험 성공의 조건~ 非 글로벌이 글로벌 경영 역량이 된 ‘슬픈’ 포스코

[화이트페이퍼 산업팀]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Steel and Beyond)’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역할을 하려면 어떤 자질을 갖춰야 할까. 포스코의 사외이사들이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지점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글로벌 경영 역량”이란 자질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권오준 전 회장의 사의 표명 직후 열린 첫 승계카운슬 회의에서 새로운 회장에게 요구되는 제1 자격으로 ‘세계 경제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글로벌 경영 역량’을 꼽았다.

외국인 주주 비중이 60%를 넘나들고, 수출 비중이 40%(포스코 단독 기준)나 되는 기업이기 때문에 치열한 세계 경쟁 속에서 글로벌 감각으로 그룹을 이끌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표현이다. 글로벌 경영 역량이 최우선적인 포스코 회장의 자질임은 틀림없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지난 3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를 방문해 고로 앞에서 현장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지난 3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를 방문해 고로 앞에서 현장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그런데, 실제는 글로벌 경영 역량과는 가장 거리가 먼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 낙점을 받았다. 최종까지 경쟁을 했던 5명 중 장인화 사장은 미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오인환 사장은 임원 달기 전에 중국 쑤저우 법인에서 법인장을 맡기도 했고, 김영상 사장은 숫제 해외통이다. 가장 나이가 많았던 김진일 사장조차 베트남 프로젝트를 맡아서 추진한 바 있다.

“최종 후보 5명 가운데 ‘글로벌’이란 단어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이 최정우 회장이다. 연관될 수 있는 건 오직 ‘인터내셔널’이란 이름을 단 포스코인터내셔널에 몸담았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고개를 갸우뚱하는 포스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 非 글로벌이 글로벌 경영 역량이 된 ‘슬픈’ 포스코

물론 외국 대학에서 공부를 했다고, 해외 법인에서 근무를 했다고 글로벌 경영 역량이 커졌으리라 단언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해 키워졌을 안목의 깊이와 넓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영이라 함은 수출, 라이센싱, 현지 합작선 설립, 현지 지사 설립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 제조 비용의 절감, 선진기술 습득 및 부족한 시장 확보 등을 위해 해외 여러 나라로 진출해 경영을 하는 것을 뜻한다. 포스코는 이미 글로벌 경영이 시시각각 이뤄지는 글로벌 기업이다. 이런 글로벌 기업에서의 글로벌 경영 역량은 결국 최고경영책임자로서의 ‘고독한’ 결정을 하기 전에 글로벌화 된 통찰력·안목의 깊이와 넓이로 사안을 최종 점검하는 능력일 것이다.

“포스코는 이미 글로벌 기업입니다. 회장의 글로벌 경영 역량이라는 것은, 철강이든 非 철강 분야든 각 분야의 시장 상황을 듣고 가까운 미래를 판단하고 거기에 맞게 그룹을 변화시켜나가는 리더십입니다. 가치경영실장 역임 당시의 구조조정을 비춰볼 때 충분한 자질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7분의 1의 ‘낙점권’을 행사했던 한 사외이사는 구조조정 자질을 글로벌 경영역량이라고 말했다. 사후에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발언이다.

문제는 세계 철강 시장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CEO후보추천위원회의 말처럼 “철강 공급과잉, 무역규제 심화 등으로 철강업계 전체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2018년 세계철강협회 자료(2017년 말 자료) 이다. 왼쪽이 조강생산량, 오른쪽이 철강 사용량이다. 생산은 16.89억톤을 하는데 사용은 15.87억톤을 한다는 얘기다. 1.02억톤이 남아도는 전형적인 공급 과잉 시장이다.(표1)
2018년 세계철강협회 자료(2017년 말 기준)다. 왼쪽이 조강생산량, 오른쪽이 철강 사용량이다. 생산은 16.89억톤을 하는데 사용은 15.87억톤을 한다는 얘기다. 1.02억톤이 남아도는 전형적인 공급과잉 시장이다.(표1)

실제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것이 철강 산업이다.

 

중국 연도별 철강 생산량 추이(표2)
중국 연도별 철강 생산량 추이(표2)

일례로 중국 철강 업종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철강 생산량이 오히려 늘고 있다. 2013년 7억4140만톤이던 철강 생산량을 정점으로 줄어들다가 2016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17년엔 7억3680만톤으로 치솟았다. 효율성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글로벌적 통찰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 정부 주도의 철강 기업 구조조정은 제쳐놓고 오히려 중국의 철강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 어쩌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의 산업 구조가 재편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014년 중국을 중심으로 주변국들과의 교통 인프라를 건설하고자 했던 일대일로(一带一路) 정책과 제조업의 재구조화를 위해 2015년부터 추진되었던 '중국제조(中国制造) 2025' 정책이 관련국들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큰 요인이다. 일대일로와 중국제조 2025가 모두 철강에 대한 수요를 높이는 정책이고 한국은 철강을 주로 중국 등지로 팔고 있기 때문에 이 두 정책이 삐걱거리면 포스코 등 한국 철강업계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2017년 말 기준 조강생산량 순위. 포스코가 5위에 올라있다. 현대제철이 13위다.(표3)
2017년 말 기준 조강생산량 순위. 포스코가 5위에 올라있다. 현대제철이 13위다.(표3)

결국 세계철강협회 공식 회의, 행사이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간 양자 대담, 회담이든 그 어떤 형태의 글로벌화된 만남에서 통역 뒤에 ‘숨어서’ 어색한 웃음만 짓고 있다가는 한 순간에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셈이다.철강에 대한 미국의 보호주의를 뚫기 위해 철강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철강협회 회원들을 이끌어갈 리더십을 발휘해도 모자랄 판에 포스코는 최정우 회장이 세계철강협회 집행위원에 선임된 것을 알리는데 급급하고 있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가뜩이나 非 철강 출신인데, 非 글로벌적인 면모까지 강해 내부적 우려가 클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권오준 전 회장의 임기 전 사퇴 때문에 세계철강협회 회장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생산된 철강의 절반이 빌딩을 짓고 인프라를 까는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쓰인다. 그 다음이 각종 기계설비 등이다. 16%나 쓰인다. 경기가 침체되면 철강 수요가 급속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표3)
생산된 철강의 절반이 빌딩을 짓고 인프라를 까는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쓰인다. 그 다음이 각종 기계설비 등이다. 16%나 쓰인다. 경기가 침체되면 철강 수요가 급속히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표3)

새로운 승계 절차의 완전함을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코는 제대로 된 회장을 뽑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회장 중도 퇴임과 외압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 없는 진전을 해왔다. 이구택 전 회장 시절엔 CEO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나오자마자 정준양 전 회장 시절인 2009년엔 미국 GE그룹의 카운슬을 벤치마킹한 승계카운슬을 도입했다. 승계카운슬은 CEO를 뽑기 위한 단기 절차적 성격보다는 CEO 후보를 육성하는 측면이 강하다. 실제로 포스코 회장이 당연직으로 포함되는 승계카운슬은 매년 10명의 CEO 후보군을 평가해왔다고 한다.

지난해 승계카운슬 멤버였던 한 사외이사는 “회장과 사외이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후보군들을 평가해왔다”고 술회했다.

지난해 10월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환영만찬'에서 최정우 위원장과 마크베일 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권오준 전 회장이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0월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환영만찬'에서 최정우 위원장과 마크베일 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 환하게 웃고 있는 사람이 권오준 전 회장이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도 꿰고 있는 회장과 비상근으로 간헐적으로 회사에 대한 자료를 보는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승계카운슬의 구조 상 10명의 CEO 후보군 개별 성적에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차기 CEO를 뽑기 위한 절차적인 제도로 쓰일 때는 외풍(外風)을 걸러주는 중요한 거름막인 것은 분명하지만 내풍(內風)은 막지 못하는 셈이다. 물론 지난해 승계카운슬에서는 권 전 회장이 공정·객관성을 위해 향후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빠졌기 때문에 사외이사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렸다.

경영·법조라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非 철강, 非 글로벌’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전개되어 다소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승계카운슬이라는 제도만 놓고 보면 오히려 내풍(內風)이 문제가 된다. 포스코가 지난해 GE의 제도로 회장을 뽑던 그 때 GE는 111년 만에 미국 다우지수에서 퇴출되면서 추락하고 있었다. 전임 회장의 입김이라는 내풍(內風)의 영향력 아래서 뽑힌 CEO들이 제조에 조금 어려움을 겪자 바로 손쉬운 금융사업에만 매진하면서 제조 경쟁력이 바닥이 되어버린 탓이다.

외풍(外風)도 문제, 내풍(內風)도 문제인 셈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KT의 시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포스코와 다름없지만, 포스코의 CEO승계카운슬과 같은 역할을 하는 지배구조위원회에 현재 회장(CEO)이 아닌 사내이사 1명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참여 이사는 본인이 후보 제외를 요청했다. KT는 CEO 육성보다 CEO 선발 절차에 좀더 치중을 한 느낌이지만 CEO후보군이 되지 않는 사내이사가 사내 후보군을 뽑는 절차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내풍(內風)을 조금은 더 걸러주는 장치가 된 셈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에 정답은 없다”면서 “그러나 정치권 등 외풍(外風)을 막는 것이 전임 회장의 그늘 아래에서 부는 내풍(內風)을 막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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