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안되는게 어딨니, 책자판기 첫선"
"대한민국에 안되는게 어딨니, 책자판기 첫선"
  • 북데일리
  • 승인 2006.03.06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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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책자판기 첫 개발 ‘김&정’ 김영수 기획실장

“대한민국에 안 되는 게 어딨니 다 되지~”

KBS 2TV `개그콘서트‘ 백수의 말이 맞았다. 정말 대한민국엔 안 되는 게 없다. 공항, 터미널,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자판기로 책을 구매 할 수 있는 ‘책 자판기’가 개발돼 출판 유통 시장에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제품을 개발한 출판 컨설팅회사 ‘김&정’을 찾아간 3일. 사무실은 쉴새없이 울려대는 전화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책 자판기 어떻게 만들어졌나”

‘김&정’의 김영수(50) 기획실장은 “어제, 오늘 들어온 주문만 3000개”라며 희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정’이 개발한 책 자판기는 커피, 음료, 과자 자판기처럼 현금결제가 가능한 것은 물론,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 카드결제까지 가능하다.

“제작기간 1년 2개월, 제작비 1억 7천만원을 투자했습니다. 무엇보다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 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큽니다”

강한 자부심을 밝힌 김 실장은 자판기 아이디어를 떠올린 장본인이다.

“뉴질랜드에 사는 친구가 통화 중에 ‘Thank you card` 얘기를 꺼냈어요. 그때 자판기로 카드는 살 수 있는데 책은 왜 못살까 라는 호기심이 발동 했죠”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절대’ 참지 못하는 김 실장은 그날부터 책 자판기 구상에 들어갔다.

연하장과 책을 연결시킨 아이디어 상품 ‘연하도서’로 빅히트를 친 덕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적었다.

“고민 중이던 결제시스템도 이미 출시 돼 있었어요. IT 선진국가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습니다. 큰 어려움 없이 결제시스템을 부착해 특허 출원을 신청 했습니다”

김 실장은 4×6판 단행본 24종이 한번에 진열되지만 책 두께와 크기에 따라 종수에 변형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초~1분까지 조정할 수 있는 타이머 기능을 통해 ‘미리보기’도 가능하다. 가격은 2000원(64쪽), 3000원(96쪽) 정가판매를 원칙으로 할 계획이다.

“서점 직원에서 출판컨설턴트가 되기까지”

김 실장은 미술지 기자, 서점 직원, 출판평론가, 출판기획자 등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가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해냄. 2003), 김영희의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디자인하우스. 1997), 일본까지 직접 건너가 발굴해 낸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시공사. 1999), 이수광의 <나는 조선의 국모다>(태동. 2000) 등 수 많은 베스트셀러를 기획한 출판계 ‘미다스의 손’(히트제조기) 이었다는 사실이 발군의 기획력을 다시 주목하게 만든다.

“수익만을 목적으로 책 자판기를 만들지 않았어요. 밥을 먹여 준 출판계에 빚을 갚고 싶은 마음이 제일 컸습니다”

김 실장은 책 평론가, 기획자, 컨설턴트로 일하며 `서점`과 `출판사`를 살리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을 키워왔다.

그는 “최근 5년도 안돼 절반으로 줄어든 서점 현실을 떠올리면 분통이 터진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언론까지 우려한 ‘독서인구’에 대해서도 색다른 의견을 펼쳐보였다.

“한국인이 책을 읽지 않는 다는 말은 헛소리에요. 읽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읽는 사람은 많이 읽고 읽지 않는 사람은 전혀 안 읽어 편중돼 있을 뿐이죠. 독서문화개선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강도 높은 목소리로 ‘편중된’ 독서문화를 지적한 그는 “책 자판기 보급을 통해 독서문화를 바꿔놓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정’은 ‘서점’에 가장 먼저 자판기 우선권을 줄 계획이며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는 책’과 ‘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책’ 이라는 두 가지 책 선정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24개 컨텐츠를 극대화시켜 독서욕구를 유발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한때 “김영수를 통하면 최소 10만부”라는 정설이 있었을 만큼 뛰어난 출판기획자였던 그에게 책 자판기는 ‘출판인’이라는 이름을 걸고 도전하는 새로운 사업이다.

“트렌드는 TV 안에 있다”

김 실장의 ‘아이디어’와 ‘기획력’은 타고난 재능이 아닌 부단한 노력에서 비롯됐다.

“TV를 보는 사람들은 크게 두부류로 나눌 수 있어요. 본 방송만 보는 사람, CF까지 챙겨 보는 사람, 전 후자예요”

김 실장은 스스로를 ‘CF 마니아’라고 자칭한다. CF를 즐겨보는 이유는 로고, 음악, 의상, 배경 등 모든 것에 ‘트렌드’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출근 전에도 대부분의 아침프로그램을 챙겨 볼 정도로 TV시청을 즐긴다.

그는 “노력과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새로운 발상을 떠올릴 수 있다"며 "한 가지만 본다면 당연히 다른 건 안보이기 때문에 다양한 측면에서 사물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기획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책을 알리고 싶다”

김 실장은 오랜 출판경력 덕에 작가들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피와 땀을 쏟아 한권의 책을 완성하는 저자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좋은 책’은 반드시 알려야겠다는 강한 집념을 갖고 있다.

“27살 된 딸이 있어요. 그 녀석에게 부끄럽지 않은 좋은 책을 알리고 싶습니다”

소박한 바람 뒤에 숨겨진 각오는 다부졌다.

출판사와 서점 외에도 대기업, 금융기관, 종합병원, 커피전문점 체인망 등 다양한 곳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책 자판기는 오는 5월 첫 선을 보인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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