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서영은 미리쓴 유언장 유산기증 부탁
작가 서영은 미리쓴 유언장 유산기증 부탁
  • 북데일리
  • 승인 2006.02.20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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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는 아내를 돌보는` 여성단체에 기증해 달라."

원로작가 서영은(63)씨가 최근 유언사이트 마이윌(www.mywill.co.kr)을 통해 유언장을 공개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8년 전 긴 여행을 앞두고 유언장을 쓰기로 마음먹었던 서씨는 여러 가지 확인과 절차로 인해 유언장 원본만 변호사에게 맡기고 여행을 떠났다. 아무 일 없이 돌아온 그는 "당분간 멀리 떠날 일이 없어" 한동안 잊고 살다가, 최근 알게 된 유언사이트에 미뤄둔 숙제를 써냈다.

유언장에서 그는 "의식이 없을 때는 절대 병원에 가지 말 것이며, 장례는 가족 친지들끼리만 간소하게 치를 것이며, 화장한 재는 산의 아무 밑에 뿌려서 거름이 되게 해주면 좋겠다"며 "가진 소유 중 일부는 네 조카에게 나누어주고, 나머지는 여성단체에 기증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언장에 따르면 서씨는 집을 담보로 조카의 사업자금을 대준 일이 있었다. 조카의 사업이 실패로 끝나자 1억5천만원 남짓한 은행 빚을 떠안게 된 그는 하루 아침에 빚더미에 올랐지만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바닥으로 추락한 조카는 임시로 출근하고 있는 회사의 화장실 청소에서 부터, 길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업고 병원에 가는 일까지, 능력을 다지고 인격의 그릇을 키워서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내가 그에게 투자한 재물의 몇 십 배도 넘는 가치를 지닌 것이고, 내가 죽은 뒤에 몇 몇 사람들에게 나눠주려던 것을, 그가 대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자산으로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유언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 나는 오늘 하루하루의 생활을 유언으로 여기며, 감사와 기쁨, 사랑을 주변사람들과 나누고 있다"고 글을 맺었다.

세인들에게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를 건네 준 서영은 선생은 고 김동리 선생의 부인으로, 1968년 <사상계> 신인작품 모집에 단편 <교(橋)>로 입선, 이듬해 <월간문학> 신인작품 모집에 <나와 `나`>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상문학상, 연암문학상을 수상한 전후문학을 대표하는 문단의 거목이다.

그는 1955년 강릉여중에 입학할 무렵 정비석, 김말봉. 김내성 등이 쓴 소설을 탐독했다. 시를 쓰는 남자 선생을 연모해 쓴 소설 <황금깃털>의 후일담이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북데일리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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