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나는 악마나 변태가 아니다”
박찬욱 감독 “나는 악마나 변태가 아니다”
  • 북데일리
  • 승인 2006.02.0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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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방송된 KBS1TV `TV책을 말하다`는 <박찬욱의 몽타주>(마음산책. 2005), <박찬욱의 오마주>(마음산책. 2005) 두 권의 책을 소개했다. <박찬욱의 몽타주>는 자전에세이이고 <박찬욱의 오마주>는 1994년 쓰였던 영화평론집 <영화보기의 은밀한 매력 - 비디오드롬>의 개정증보판이다.

이날 방송은 왕상한 교수의 진행으로 저자 박찬욱 감독과 류승완 감독, 심영섭 영화평론가가 패널로 출연해 박 감독의 영화세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았다.

<박찬욱의 몽타주>를 알리는 ‘매력적으로 뻔뻔한’ 이라는 문장을 향해 왕 교수가 “매력적이라는 말인가, 뻔뻔하다는 말인가?” 라고 묻자 박 감독은 “그 말은 출판사가 쓴 것이기 때문에 억울하다. 뻔뻔한 내용은 정말 없다"고 답했다.

박 감독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평소 돈독한 관계를 자랑해 온 류승완 감독은 "이 책을 통해 박 감독은 악마라는 혐의에서 벗어 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해 웃음을 이끌어 냈다. 왕 교수도 "변태, 악마, 뿔이 두개 달린 사람 일지도 모른다는 오해를 책으로 풀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올드보이’로 2004년 칸느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며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박 감독이지만 자극적, 폭력적 이미지와 극단의 상황을 표현한다는 이유로 곱지않은 시선으로 그의 영화를 바라보는 안티팬도 적지 않다.

박 감독은 "한 네티즌들이 올린 `박찬욱 감독은 변태인가`라는 물음과 그에 대한 매우 진지한 답변도 읽은 적이 있다"며 "해외영화제에 갔을 때는 어릴 때 무슨 일을 겪었는지, 폭력적인 상황에 자주 노출되었는지 질문도 받았는데 책을 보면 내가 얼마나 정신적으로 건강한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감독 데뷔 전 영화평론가로 활동한 박 감독은 두 권의 책에서 유감없는 문장실력을 뽐내기도 했는데 패널로 출연한 심영섭 영화 평론가는 “평론가로도 대성했을 사람이다. 사설이나 미사여구가 없는 단단한 문장, 강단 있는 호흡을 보여 준다”고 평했다.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흠모’로 가득 찬 <박찬욱의 오마주>를 소개하며 박 감독은 "샷 하나하나를 미리 다 설계하고 설명을 달아 놓고 거의 그대로 영화를 만든다. 현장에서 긴장은 조금 떨어지지만 돈과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음악도 사운드도 다 정해져 있다"며 치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극단적인 상황을 자주 표현하는 이유에 대해 박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하나하나의 표현이 모두 비유의 세계다. 나는 어느 것을 선택해야 좋을지 모를 딜레마 상황 만들기를 좋아한다. 동시에, 관객은 영화와 함께 궁지에 빠져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을까를 함께 고민하게 된다. 윤리적인 질문이거나, 질문이 난처할수록 영화는 재미있어진다. 그 상황을 난처하게 만들려면 일상에서 마주치는 흔한 사건으로는 자극이 부족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방송은 <박찬욱의 오마주>에서도 여과없이 드러난 박 감독의 남다른 ‘B무비’ 사랑도 소개했다. 거대자본이나 스타가 출연하지 않는 영화를 일컫는 B무비를 좋아하는 박 감독은 최근 필름포럼(구 허리우드)에서 열린 `시네마친구들의 영화제` 에도 참석해 B무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박찬욱 식 영화보기’라는 말로 <박찬욱의 오마주>를 소개한 류 감독이 "책을 보면 인용되는 소설, 음악, 영화가 굉장히 많다. 어떻게 한사람이 그렇게 많은 책과 영화,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시간활용법에 대해 말해 달라"고 하자, 박 감독은 "가정을 팽개치면 된다”며 특유의 재치를 보이기도 했다.

책 속에 인용된 많은 소재들은 영화를 만들지 않는 시간에는 다른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한 집중력의 결과다.

"영화를 볼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한 방청객의 질문에 박 감독은 망설임 없이 ‘배우’를 꼽았다. "배우와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늘 명배우만은 아니다. 연기를 잘 못하는 배우일수도 있다. 영화사를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리 마빈을 봐도 그렇다. 그는 명배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너무 좋아한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신들린 명연기를 하는 배우일 수도 있다. 배우는 나의 영화 관람 기준"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대해서는 "큰일이다. 지금의 상황은 영화인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한국영화가 줄어들고 없어지게 된다면 물론 영화계가 가장 큰 피해를 보겠지만 결국 볼 것이 없는 다음 세대, 국민이 피해를 입는 것이다“라며 확고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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