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한국, `디지로그`로 세계문화 주도"
이어령 "한국, `디지로그`로 세계문화 주도"
  • 북데일리
  • 승인 2006.01.3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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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방송된 KBS1TV 설특별기획 대담프로 `이어령의 병술덕담-한국, 이것이 희망이다`에서 문화부장관을 지낸 현 중앙일보 고문인 이어령(72)씨가 ‘디지로그 시대의 도래’를 주장했다. 이어령씨는 방대한 지식과 통찰력으로 세계인들에게 한국문화를 이해시키는 대표적인 코드를 생성해 온 인물답게 한국이 나가야 할 방향과 그에 따른 과제를 제시했다.

저서인 <신한국인>(문학사상사. 1986)의 서문을 인용하며 ‘바람’의 의미도 되짚었다.

"세상에 바람을 봤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나뭇잎이 움직인 방향을 보고 바람의 흔적을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뉴스, 신문 뒤에 숨겨진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을 통해 2006년 한국의 방향성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장 강조한 것은 최근 중앙일보에 연재해 온 화두 ‘디지로그’였다. 디지로그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다.

“행복한 디지털이 되려면 반드시 아날로그가 필요하다. 전 세계는 이미 디지로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아날로그의 특성은 `연속성, 물질성`이라고 할 수 있고, 디지털의 특성은 `분할성, 비물질성`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디지로그식 한국어 표현’도 소개했다. `시원섭섭하다`는 말은 대표적인 디지로그식 표현으로 ‘시원하다’, ‘섭섭하다’는 상반된 뜻이 조합돼있다. `엇비슷` 도 같은 경우이다. `엇`은 다름, 비슷은 `같음`을 뜻하는 상반된 의미다. 나가고, 들어왔다는 뜻의 ‘나들이’ 역시 정반대의 뜻이 조합된 표현이다.

이어령씨는 “이 같은 말은 서양인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인만의 표현이다.”라고 말했다. 우리 고유의 언어 한국어에서 `디지로그` 적 성향을 발견해 낸 이어령씨의 뛰어난 통찰력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그가 지목한 2006년 한국인의 힘은 디지로그와 같이 ‘서로 같이 있을 수 없는 것들을 하나로 통합 해 내는 힘’이다.

“한국인은 이질적인 것을 결합시키는 문화와 사고를 가진 민족이다.”라는 말로 한국 특유의 ‘디지로그식 파워’를 강조했다.

한국인의 ‘정’ 문화도 세계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정이 있는 따뜻한’ 인터넷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 된 것만 보더라도 이를 확인 할 수 있다. 이어령씨는 대표적인 예로 ‘싸이월드’를 꼽았다.

“인터넷이란 사이(inter)에 존재한다(est)는 뜻이다. 직장이나, 집이나, 단체에서도 모두 ‘나와 너 사이’라는 개념이 강조된다. 핸드폰이나 인터넷 모두 상대가 있어야 의미를 가질 수 있는 매체가 아닌가. 걸 상대가 없다면 핸드폰도 필요 없고, 이웃을 맺거나 대화하거나 이메일을 송수신할 상대가 없다면 인터넷 역시 이처럼 확산될 수 없다. ‘사이문화’라고 불리는 ‘싸이월드’의 반응을 봐도 마찬가지다. 싸이월드의 ‘싸이’는 한국말로는 ‘사이’ 를 뜻한다.” 라고 말했다.

20일자 중앙일보 칼럼에서도 “한국 인구의 3분의 1이 싸이월드의 인간띠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 문화적 효과다. 잠잘 때도 서로 손을 잡고 잤다는 끈끈한 형제애와 그 구식 자전거 기술이 인간 최초의 비행기를 날게 한 것처럼, 우리의 뚝배기 같은 촌스러운 ‘사이’ 문화가 최첨단의 인터넷 ‘싸이’ 문화를 날게 한 것이다.”라며 ‘싸이월드’가 보여준 한국의 ‘사이문화’를 강조한바 있다.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바다 넘어와 싸워야 한다. 신라와 고려 모두 내란으로 망했다. 극과 극으로 가면 안 된다. 남극과 북극, 모두 가면 얼음뿐이지 않은가? 나와 너 사이, 사이문화가 가진 따뜻한 정, 사랑의 힘으로 바다 넘어와 싸워 한국인의 힘을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 지식정보사회는 나눔의 사회이며 물질이 아니라 감동을 기본으로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2006년 희망찬 한국의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북데일리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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