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와 부패는 인식차이일 뿐
발효와 부패는 인식차이일 뿐
  • 박세리 기자
  • 승인 2012.12.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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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지식]<한국인의 문화유전자>중에서

[북데일리] 섬나라 공항에 도착하면 습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베트남 공항에 도착하면 생선액젓 냄새가 난다고 하기도 한다. 베트남인들이 즐겨 먹는 생선액젓 ‘느억맘’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가 흔히 외국인들에게 ‘누린내’가 난다고 말하는 것처럼 문화권에 따라 다른 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발효 음식을 즐겨 먹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온갖 장류와 김치를 넘어 청국장에 이르면 이는 구릿한 냄새로 발전한다. <한국인의 문화유전자>(아모르문디.2012)에 따르면 발효와 부패는 오로지 인간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소개한다.

<책속의 지식> 식품학적으로 발효(醱酵, fermentation)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생물이 유기 화합물을 분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산소가 없어도 살아가는 생물은 산소 호흡을 하는 동물과 달리 유기물을 섭취해도 완전히 분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유기물 분해 과정에서 다른 물질을 만들어낸다. 포도당을 많이 함유한 유기물은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생물에 의해 그 일부가 알코올로 변한다. 이것이 유산 발효(lactic acid fermentation)다. 김치 역시 무나 배추 속의 효소가 유산을 만들어내어 발효 음식이 된다. 간장이나 된장, 그리고 젓갈도 김치와 마찬가지로 유산 발효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발효라는 말은 문화적으로 매우 유익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만약 생활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발효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부패가 된다. 발효가 진행된 이후 효소가 만들어낸 알코올이나 젖산이 사라지면 그것은 바로 쓰레기가 된다.

일본의 문화인류학자 이시게 나오미치는 “발효와 부패의 차이는 과학적으로 구별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관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무리 과학적으로 발효된 음식이라고 해도, 그것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오로지 인간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다. -22쪽~23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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