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아프니...어떻게 도와줄까?
어디가 아프니...어떻게 도와줄까?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2.03.22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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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 끊은 동생 죽음 계기로 쓴 책

[북데일리] 1년에 1만 5천명, 하루 평균 42명, OECD 국가 중 1위. 최근 우리나라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들 이야기다. 문명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자살률은 왜 이렇게 높아만 갈까.

<너의 그림자를 읽다>(북폴리오.2012)는 저자의 자살한 동생에 대한 이야기와 그로 인한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쓴 에세이다. 부제의 ‘자살생존자, Suicide Survivor’란 자살로 가족, 친지 등 가까운 사람을 잃은 사람을 말한다.

저자의 동생 '킴’은 21살의 젊은 나이에 침실에서 엄마가 잠들어 있는 동안, 차고에 있는 엄마의 차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의 표면적인 이유는 남자친구와의 결별이었다.

한 사람이 스스로 인생을 끝내버리면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은 절망과 부정, 분노와 죄책감, 수치심과 섞여 더욱 복잡해진다. 자살생존자들이 가족의 자살을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고, 모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킴이 왜 스스로 삶을 끝냈는지, 그걸 막을 수 있지는 않았을지, 더불어 킴은 정말 죽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도와달라고 외치고 싶었던 건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동생이 죽은 지 8년. 저자는 ‘무덤 앞에서 동생의 죽음을 되짚고 기리기 위해서, 그리고 그 애가 뭘 했고 왜 그랬는지 이해하여 나의 삶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서’그녀에 관한 글을 쓰기로 다짐한다.(p11~p12)

평생에 걸쳐 만들어진 자존감과 가치관, 내면의 외로움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나타나는 자살이라는 현상의 인과를 명확히 규명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자살하는 사람들을 연구하고 치료하는 데 일생을 바친 S 박사는 ‘인생이 나선형처럼 하나의 큰 시기를 계속해서 유동적으로 맴돈다고 보는 멜빌적 관점’을 설명하며 말한다.

“당신의 동생이 이십 대를 버텨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자살의 고비는 삼십 대, 사십 대, 오십 대에라도 찾아올 수 있었을 겁니다. 어린 시절의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어떤 나이에 되돌아오는지는 분명치 않아요.(중략) 하지만 심리적인 치료 없이 사십 대까지 견딜 수 있었을지는 장담할 수 없죠.”

또한 그가 킴의 치료사였다면, 그녀에게 두 가지 질문을 했을 거라고 말했다. “어디가 아프죠? 어떻게 도와줄까요?”
‘그가 이 말을 했을 때, 내 눈에 눈물이 고였다. 너무나 간단해 보였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말이다.‘
이어 ‘누군가 자살하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도 명확히 말한다.
“용기를 내서 물어봐야죠.“ (p327~p328)

자살의 이유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지만, 주변의 따듯한 관심과 애정, 이해와 배려가 죽고 싶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류섭 한국자살예방협회장은 이 책을 ‘자살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수많은 우리 이웃에게 주는 치유서이며,(중략) 그 고통을 자살 예방의 메시지로 승화시키는 과정’이라고 평한다.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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