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또다른 개성일 뿐입니다"
"장애는 또다른 개성일 뿐입니다"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2.03.20 2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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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아이를 가진 많은 부모에게

[북데일리] <조금 달라도 괜찮아, 부제 : 완벽한 세상에 맞선 두 엄마의 명랑 분투기>(부키. 2012)는 ‘아스퍼거증후군(자폐증)’과 ‘양극성장애(조울증)’를 가진 딸을 키우는 자매의 이야기다.

그녀들은 ‘완벽함에 집착하는 이 세상에서 ‘불완전한’ 아이를 키우는 일에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부분은 있다‘고 말하면서, 불완전한 아이를 가진 많은 부모에게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도움이 되는 생각과 정보와 자극을 제공하고자 책을 쓰게’ 되었다고 전한다. (p13)

다운증후군(자폐) 아들이 있는 <세서미 스트리트>의 작가 에밀리 펄 킹슬리는 장애아를 키우는 일은 네덜란드로 휴가를 가는 것과 같다고 설명한다.

애초 여행을 떠날 때 사람들은 이탈리아 여행이라는 환상적인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막상 도착한 곳은 네덜란드다. 분명 이탈리아 행 표를 끊었는데 네덜란드라니. 그런데 그곳은 전염병이나 기근, 질병이 만연한 곳, 끔찍하고 역겹고 더러운 장소가 아니다. 그저 이탈리아가 아닌 다른 곳일 뿐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둘러보면 풍차와 튤립, 렘브란트까지도 볼 수 있다. (p39~p40)

두 자매 ‘지나’와 ‘패티’의 아이들은 각각 아스퍼거증후군으로 손을 퍼덕거리고, 양극성장애로 극심한 감정 변화를 보인다. 요즘은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보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지만, 동정과 무지, 편견의 눈으로 보는 것은 여전하다.

완벽한 부모의 자식 자랑을 들으면 장애아 부모들은 분노를 느끼고, 그만 닥치라고 외치고 싶기도 하다. (실제 이 책의 원제는 “Shut up about your perfect kid"다). 그러나 완벽한 부모들도 장애에 대해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특히 발달장애와 정신장애는 신체장애와 달리 차이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이해를 받기가 쉽지 않다. 자매는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이들의 장애를 공개하게 된다.

헌데 아이에게 자신의 장애를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했던 ‘케이티’는 엄마에게 ‘왜 자신은 다른 아이들과 다르냐’며 울기 일쑤였다.

“케이티, 다르다는 건 나쁜 게 아니야. 오히려 좋은 거란다. 만약 모든 사람이 다 똑같다고 해 봐. 뭐랄까, 예를 들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말이야. (중략) 바닐라는 똑같잖아. 초콜릿도 없고, 호두도 없고,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잖니. 넌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똑같지도 않아. 네가 아이스크림이라면 너는….”

“무지개 셔벗.” 케이티가 냉큼 대답했다. “난 무지개 셔벗이 무지 좋아요.”
“맞아! 바로 그거야!” 케이티와 그보다 더 잘 어울리는 아이스크림은 없을 것 같았다. (p142~p143)

아이가 자신의 장애를 자연스럽게 생각하면 주위의 친구들에게도 터놓고 얘기하고, 친구들도 그 아이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친구와 함께 학교 복도를 걸어가던 중에 아이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불쑥 내뱉었다.
“난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가 있어.”
그러자 친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걸어가면서 말했다. “그래? 난 게임기 있는데.” (p154)

‘패티’는 딸 ‘제니퍼’가 자신에게 준 선물 덕분에 전보다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말한다.

“네 덕분에 난 물질적인 면이 좀 덜해졌지.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어. 사람들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게 되었지. 이런 멋진 가족이 있다는 데 감사하게 되었단다. 제니퍼, 넌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었단다. 네가 세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말이야.”
제니퍼는 엄마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엄마. 사랑해요.” (p265~266)

두 엄마가 자기 자신과 아이들, 장애인들에 대해 제대로 자각하게 되었듯이, 이제 우리도 ‘장애 어린이 역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아름다움과 맑은 영혼과 개성’을 가졌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때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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