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마다 커피향이 풍기는 듯
페이지마다 커피향이 풍기는 듯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2.03.19 0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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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면 바리스타가 되 보고 싶은 충동

[북데일리] 커피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가. 향긋하고 구수한 향이 코 끗을 스치는 듯 하지는 않은지. 그 달콤 쌉싸래한 맛이 떠올라 입맛을 다시지는 않는지.

<어느 바리스타의 향기로운 커피 이야기>(제승출판. 2012)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호텔 총지배인까지 역임했던 특이한 이력을 지닌 저자의 커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다.

저자에게 ‘커피는 삶의 여유요, 기쁨이며, 자유다’. 처음 커피를 배울 때 로스터 사용에 서툴러 실수를 연발했던 이야기, 대학에 커피학과를 신설하면서 생두와 원두를 가지고 끊임없이 실험하며 겪었던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카페처럼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 마시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준다.

‘커피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에스프레소(Espresso). 원뜻은 ‘빠르게 추출되는 커피’, 혹은 ‘특별히 누군가를 위해 준비한 커피’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황금빛의 크레마와 풍부한 바디감, 신맛과 쓴맛, 그리고 달콤함까지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놀라운 음료다.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작은 유리잔(샷 글라스)에 담긴 에스프레소를 한 모금 입에 문 순간, 쓰고 강한 느낌의 액체가 입 안으로 들어왔다. 순간 꿀꺽하고 삼켜버렸다. 쓴맛 사이로 묘한 향기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에스프레소를 처음 맛보았을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 그래서 학기 초가 되면 학생들에게 에스프레소를 마셔보도록 종용하고, 그 반응을 보는 것을 즐긴다.' (P18~p19)

진한 향과 진하고 쌉싸름한 에스프레소는 다른 것들을 받아들여 다양하게 변한다. ‘물을 넣으면 아메리카노가 되고, 우유를 넣으면 카페라테, 초콜릿을 넣으면 카페모카가 된다.‘(p26)

커피나무 열매는 체리와 같이 생겼다 하여 ‘커피체리’, 혹은 ‘커피베리’라고 불린다. 꽃이 지고 나면 초록색의 열매가 달리고 6~9개월이 지나면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점차 익어간다.

커피의 수확 방법 중 ‘긴꼬리사향고양이’가 먹은 후 소화기관을 타고 내려와 배설한 배설물을 가공한 것이 ‘루왁 커피’다.

영화 <버킷 리스트>를 보면 루왁 커피에 대한 재미난 장면이 나온다.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된 두 남자, 재벌 사업가 에드워드(잭 니콜슨)와 자동차 정비공 카터(모건 프리먼). 카터는 애드워드가 고가의 커피 추출기로 루왁 커피를 즐겨 마신다고 자랑하자 고양이 배설물을 먹는다며 한방 날린다. 그 소리를 듣고 무안해 하며 말을 잇지 못하던 에드워드의 모습이 떠오른다.

사향고양이의 후각은 인간보다 훨씬 더 발달되어 있다. 덕분에 인간의 눈으로 보고 딴 체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익고 당도가 높은 고품질의 커피체리만 골라 먹는다. 사향고양이의 뱃속에 들어간 커피는 소화기관을 거치면서 만 하루 동안 적당한 수분과 적정한 온도에서 고르게 숙성되어 배출된다. 이 과정에서 사향고양이 특유의 향까지 더해진다.

농부가 주워온 것, 기계로 가공한 것, 루왁이 먹고 배설한 것, 세 가지를 동일 조건에서 테스트한 결과 루왁이 압승했다. 하지만 그 양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값이 비싸다. (P56~P59) 실제 그 원두 가격이 100g에 60만원 정도 한다는 이야길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장 커피 머신을 사들여 직접 생두를 볶고, 원두를 갈아, 원하는 커피를 만들어내는 바리스타가 되 보고 싶어질지 모른다. 온 집안을 향긋한 커피 향으로 가득 채우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더불어 책에서 소개된 커피 명가들을 찾아 명장들의 커피를 맛보고 싶은 욕구도 일듯하다. 커피 입문 초보자에게 좋을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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