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 장소' 찾아 색다른 문학 여행
'소설속 장소' 찾아 색다른 문학 여행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2.03.16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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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에서 카뮈를, 크레타 섬에서 '조르바' 떠올려

[북데일리] 단 하루도 소설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 단 하루도 여행을 떠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 이런 사람이 있을까.

<소설가의 여행법, 부제: 소설을 사랑하기에 그곳으로 떠나다>(위즈덤하우스. 2012)를 펴낸 작가 함정임이 그 주인공이다. 책은 그녀가 ‘소설 속으로 파고든 탐색의 보고’이자, ‘소설 밖으로 떠난 여행의 기록‘이다. 60여편의 고전과 현대소설, 외국과 국내작가들의 다양한 소설들을 소개하고, 작가의 개인적인 생각, 느낌과 함께 그녀가 직접 찾아다니면서 찍은 현장 사진들을 보여준다.

작가는 말한다. “세상에 질투 없는 사랑, 죄(의식)없는 사랑, 두려움 없는 사랑, 번민 없는 사랑, 상처 없는 사랑, 이별 없는 사랑, 절망 없는 사랑이 있겠는가. 보통 사람들이 친구를 붙잡고 답답한 사랑, 쓰라린 마음을 고백하고 용기를 얻고 포기하고 위로받는다면, 나는 서가든 묘지든, 작가들을 찾는다.”(p351)

뉴욕 월 스트리트에서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의 무대를 직접 확인하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말테의 수기>의 배경이 되었던 ‘툴리에 가’를 여행하고,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오르한 파묵의 <순수 박물관>을 찾는다.

또한, <그리스인 조르바>의 무대인 그리스 에게 해 크레타 섬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묘비명을 읽는다. 그것은 바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였다. (p60~p62)

이어, 프랑스 니스에서는 ‘스물세 살에 오로지 문장으로 세상에 이름을 드높인 천재들, 알베르 카뮈와 앙드레 지드와 르 클레지오’를 추억한다.

그녀에게 그들은 ‘천둥벌거숭이처럼 남루하고 몽매했던 나를 번쩍 눈 뜨게 하고, 급기야 문학의 도저한 심연 속으로 끌어들인 것은 그들, 스물세 살 영혼들이 자의식의 용광로 속에서 빚어낸 화기(火氣)의 문장들, 청춘의 문장들이었다.'(p133)

특히, “봄철에 티파사에는 신들이 내려와 산다. 태양 속에서, 압생트의 향기 속에서, 은빛으로 철갑을 두른 바다며, 야생의 푸른 하늘, 꽃으로 뒤덮인 폐허, 돌더미 속에 굵은 거품을 일으키며 끓는 빛 속에서 신들은 말한다. 어떤 시간에는 들판이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 두 눈으로 그 무엇인가를 보려고 애를 쓰지만 눈에 잡히는 것이란 속눈썹에 매달려 떨리는 빛과 색채의 작은 덩어리들뿐이다.”(p133~p134) 카뮈의 <티파사에서의 결혼>을 읽고서 느꼈던 강렬한 인상을 지우지 못하고 그의 묘지를 찾는다.

더불어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 등 60여 편의 소설 속 장소와 작가와 작품이 태어나고 그들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으로 독자를 이끈다.

작가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설렘을 더 깊이 느낄 수 있고, 울림을 주었던 문장들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된다. 필경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작가의 여행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낌과 동시에, 소설 속 미지의 세계로 즐거운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소설을 읽는 것은 새로운 인간을 만난다는 설렘과 황홀을 전제로 한다."(작가의 말)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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