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작은 일에도 불안하고 화가 날까
왜 작은 일에도 불안하고 화가 날까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2.03.15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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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경 에세이...작가의 실제 경험담 눈길

[북데일리] 최근 젊은 여성이 50대 택시기사에게 막말을 퍼붓는 ‘택시 막말녀’로 인해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왜 이렇게 너나 할 것 없이 작은 일에도 불안해하고 분노를 표출할까.

<만 가지 행동, 부제 : 김형경 심리 훈습 에세이>(사람풍경. 2012)을 읽어보면 그 이유를 다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작가 김형경이 직접 정신분석을 받은 후 ‘훈습’을 통해 자기 삶을 변화시킨 경험담을 쓴 심리 에세이다. ‘훈습(working-though)'은 '정신 분석 과정을 철저히 이행하는 작업', 즉 ‘훈련하여 몸에 배게 하는 것’을 말한다.

책은 모두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장 '하던 일 하지 않기', 둘째 장 '하지 않던 일 하기', 셋째 장 '경험 나누기', 넷째 장 '정신분석을 넘어서'이다.  그 중 ‘경험 나누기’ 장에서 들려주는 작가의 경험은 신기하다 못해 기이할 정도다. 10년에서 20년 정도 어린 후배들이 작가의 팬 카페를 결성하고 함께 독서 모임을 진행하게 된다. 그녀들은  깜짝 놀랄 만한 생각을 토로한다.

“나는 단 한순간도 행복하다고 느껴 본 적이 없어요.”, “나는 10년 이상, 외출할 때마다 늘 우산을 가지고 다녀요.”, “나는 존재 자체가 미안하고 부끄러워요.”

대부분 성장기에 눈에 띄는 상실이나 외상의 경험이 없으며, 부모가 생존해 있는 보통 가정에서 자랐고,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이들이었다. 헌데 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그들은 과도로 작가에서 집착하거나, 미워하고, 분노를 표출하고, 어떤 이는 아예 모임을 떠난다.

이는 “부모가 해결하지 못한 심리적 문제는 자녀가 떠안는다.”는 정신분석학의 명제로 설명된다. 확인해 보니 독서 모임 여성들의 부모가 전쟁 때 태어난 아기이거나, 전쟁 시기에 아동기를 보낸 이들이었던 것이다.

작가는 "그 감정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이유 없이 분노와 불안에 처하게 된 젊은이들을 보는 일은 더욱 안타깝다"고 전한다. 이어 작가는 "기성세대의 불안감은 계약직이라는 고용 제도를 만들어 젊은이들에게 취업의 불안을 떠안겼으며, 가난 속에서 어렵게 공부한 세대의 시기심은 등록금을 올려서 젊은이들이 어렵게 공부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콩나물시루 같은 피난 열차를 경험한 세대는 초고속 열차를 만들 때도 무릎을 펴기 힘들 정도로 의자 간격을 좁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p221~p222)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만나는 불편과 비리는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내면의 불안이나 분노가 표출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분노나 신경증은 세대를 넘어 전이될수록 증상이 강화된다고 한다. 불안과 분노를 유산으로 넘겨받은 우리 젊은이들은 어찌하면 좋을지 함께 생각해볼 일이다.

이 책은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담고 있어 흥미와 재미가 더하다. 종종 정신분석과 심리학 이론이나 용어를 사용하여가 설명하지만 어렵진 않다. 작가의 이전 심리 에세이 <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을 접한 이들이라면 반가울 책이다.

더불어 타인과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낀다거나, 상대방의 작은 행동에서 쉽게 상처받고, 사소한 일에도 불안하다면 이 책을 보며 차분히 내 마음을 들여다 볼 일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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