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 만난 ‘특별한 일상’들
여행길에 만난 ‘특별한 일상’들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2.03.09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번쯤 겪었을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

[북데일리] 여행의 힘은 대단하다. 짐을 싸서 집을 떠났을 뿐인데, 얼굴표정, 마음, 행동이 달라진다.

<하늘 모험>(은행나무. 2012)에 실린 12편의 단편소설과 11편의 수필은 여행과 연결되어 있다. 이들 작품은 잡지에 연재된 글들이다.

단편소설들은 소설이라고 말하기엔 분량이 매우 짧다. 내용도 잔잔한 일상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완벽한 기승전결 구조가 아니어서 다 읽고 나면 다소 아쉬운 여운이 남기도 한다.

쉰아홉 살의 두 여자 친구가 여행을 떠나기 공항에서 엄마에 대한 수다를 떨고 (‘올 어바웃 마이 마더‘), 지방으로 출장을 떠난 샐러리맨은 어려서 헤어진 사촌누나를 찾아 나선다 (’선술집’). 7년간 장거리 연애를 하다 갑작스런 이별통보를 받은 젊은 여성은 서울타워로 여행을 온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에세이에는 여행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이나 풍경에서 받은 느낌, 아름다운 추억들이 섬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열리는 작가들의 모임에 참석하게 된 저자. 사흘 동안 혼자 자유롭게 도시를 즐길 수 있는 ‘프랑스식 접대’를 받고 생각한다.

‘매일 밤낮을 분 단위로 ’접대‘해준 한국의 도서 전시회가 너무나 그리워졌다. 사인회, 술자리 모임, 술자리 모임, 취재, 술자리 모임으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프랑스의 고급 와인보다는 맥주에 소주를 타서 마시는 한국식 스타일이 더 잘 맞는 사람임을 새삼 실감했다. 짐짓 멋진 작가인 척 점잔을 빼지만, 와인 맛을 비교하는 것보다는 소주잔을 기울이며 “원샷! 원샷!”하고 외쳐대는 게 훨씬 편안하고 즐거운 것이다.’ (p157, ‘라볼, 프랑스’ 중에서)

심지어 허리를 삐끗해 침술원과 집만 왔다 갔다 했던 도심에서의 경험도 들려준다. 저자는 “갈 때는 기어가도 올 때는 뛰어온다니까요.”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침 치료를 받는다. 통증은 줄었지만 안정을 취해야 하는 이유로 집에서 독자들의 편지를 다시 꺼내 읽는다. 그 일을 계기로 자신이 얼마나 많은 분들을 버팀목 삼아 살아가고 있는지 절실히 깨닫게 된다. (p182, '신주쿠, 도쿄‘ 중에서)

작가는 이 책을 자신의 일기 같은 것이라고 했는데, 대부분 우리도 한번 쯤 겪었을 만한 일상이다. 그것이 작가의 글을 통해 따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입에 넣은 모든 음식이 신선하고 풍요로웠다. 귀에 접한 모든 것이 소박하고 따뜻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모든 것이 아름답고 생기가 넘쳤다.’ (p224)

책표지에 나오는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그림들이 책속에 중간 중간 들어 들어있다. 따스한 봄날과 어울리는 파스텔톤의 그림들 덕분에 책이 한 층 더 사랑스럽다.

작가 요시다 슈이치는 <동경만경>, <거짓말의 거짓말>, <퍼레이드> 등 다수의 작품이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