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필사]<328> 살청
[책속의 명문&필사]<328> 살청
  • 김지우기자
  • 승인 2012.03.08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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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글쓰기훈련]은 매일 하는 글쓰기 연습 프로그램입니다. 특정 단어를 이용해 사람을 소개하는 방식, 글 쓰는 방법을 익히세요. <나는 오직 글쓰고 책읽는 동안만 행복했다>의 일부입니다.

<328>살청

살청(殺靑). 죽일 '살'자에 푸를 '청'자. 푸른 것을 죽인다는 뜻이다. 대나무를 불에 쬐어 푸른 빛을 빼는 일이 살청이다. 이 단어는 의미가 무척 풍부하다. 다인(茶人)들은 찻잎을 덖어서 잎의 푸른 기운을 뽑아내는 작업을 일컬을 때 쓴다.

푸른빛을 빼는 일이 어찌 이뿐이겠는가. 젊은이들도 방자한 그 푸른빛을 빼내야 어른이 된다. 청바지 역시 색이 좀 바래야 더 멋이 난다. 우리 일상에도 살청은 군데군데 숨어 있다. 여름의 녹엽은 언젠가 태양빛에 살청되어 아름다운 탈색의 과정을 밟는다. 그때야 비로소 찬란한 단풍빛이 드러난다.

뭔가를 기록하는 일도 살청이다. 예전엔 종이에 글을 쓰기 전에 대나무를 잘라 그 여백에 글을 남겼다. 그때 대나무의 푸른 기운을 죽이는 행위가 살청이다. 시나 소설을 쓰는 일도 일종의 살청 같다. 이 푸른 기운이 유독 남아도는 작가가 있으니 바로 성석제다. 살아서 꿈틀거려 분명 깊은 살청의 세계를 거쳤을 그의 글들은 푸르게 빛나고 있다.

*글쓰기훈련을 위해 원본의 내용을 수정했습니다.  http://cafe.naver.com/pointwriting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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