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권투의 법칙에 따라 연극'
조승우 '권투의 법칙에 따라 연극'
  • 한지태기자
  • 승인 2012.02.17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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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읽는 맛

[북데일리] ‘만능, 그런 말이 어딨어. 배우면 다 할 수 있어야지. 우리 인간을 놓고 생각해 봐. 내가 말을 하면 음악이야. 표현은 연기고, 움직이는 것은 무용이야. 어떤 걸 표현할 때 이야기하고 움직이는 거는 당연하지. 우리가 배 속에서 태어날 때부터 그게 하나였고, 원래 다 할 수 있었다고. 그게 뮤지컬이야. 만능은 무슨.’ - 윤복희 (147쪽)

우리시대 '무대의 스타들'을 인터뷰한 책 <백 번의 만남 서른두 번의 기억>(이야기쟁이낙타. 2012)의 한 대목이다.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에 실렸던 인터뷰를 모아 엮은 책이다. 가까이 할 수 없는 스타들을 만나는 재미 외에 오랜 경험 속에서 나오는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남다르다.

저도 한때 ‘노래 잘한다’는 말보다 ‘예쁘다’는 칭찬을 듣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곧 알게 됐죠. 사람들은 억지로 꾸민 외모보다 꾸미지 않은 제 노래를 더 좋아한다는 것을요. 자기 안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인정할 때 그것이 발현될 수 있고, 그래야 타인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거잖아요. - 최성희 (183쪽)

우리는 늘 꿈을 꾼다. 높이 날기를 부추긴다. 또한 매사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연출가 김민기와 감독 장진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앞서 있고 높은 곳에 있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만이 꼭 희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잘나고 돈이 많다고 하더라도 마음이라든가, 정서라든가 그 사람 나름대로 가장 가난한 부분이 있을 거예요. 여기 나오는 사람들이 자신보다 못 살고 우울한 사람들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긍정적인 사람들을 제시하고 있거든요. (중략) 그랬을 때 오히려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고 봐요. 도달할 수 있는 목표를 제시해 주는 것만이 희망은 아니라고 봐요. - 김민기 (245~246쪽)

치열하게 살지 말고, 최선을 다하지 말아야 해요.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경우가 너무 많은 세상이니까. 그런데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안 돼 봐요. 슬프잖아. 정말 치열하게 했는데 안 된다, 이것도 슬프잖아요. 그렇지만 80퍼센트만 했을 때는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그렇구나’ 생각하고 계속 할 수 있어요. 100퍼센트를 다 하지 않아야, 내 끝을 보지 않아야 실패해도 계속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에요.“ -장진 (329쪽)

책에 담은 인물은 뮤지컬계의 대모 윤복희부터 연출가 김민기, 미국에서 온 원조 헤드윅 존 카메론 미첼, 뮤지컬계의 스타 조승우, 아이돌에서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승리와 태연, 연극으로 돌아온 영화감독 장진, 발레리나 강수진, 가야금 명인 황병기 등이다.

책을 통해 대중문화와 예술, 열정과 창조의 매혹적인 아이콘들의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다. 또한 꿈과 열정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맛볼 수 있다. 화려한 모습 뒤에 숨겨진 진솔한 삶의 이야기와 공개되지 않았던 스타들의 삶의 에너지와 매력들을 만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자체가 또 다른 무대다.

'사실 작품 할 때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있다. 권투의 법칙에 따르면 모든 펀치를 스트레이트로 날리면 안 된다. 계속 잽으로 괴롭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스트레이트로 원투 펀치를 날려서 KO를 시키거나 포인트를 따는 거지. 무대에서 어떻게 감동을 주고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권투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극 속의 모든 순간에 다 주제의식을 담아서 전달하려고 하면 관객들도 지칠 수 밖에 없다.--조승우 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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