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행간'에 숨어 있는 '여장부'들
'역사의 행간'에 숨어 있는 '여장부'들
  • 김현태기자
  • 승인 2012.02.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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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후를 단순 악녀로 규정할 수 있을까

[북데일리] 네 명의 황제를 거느리며 48년간 철권통치를 행하던 서태후를 단순 악녀로 규정할 수 있을까. 혹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어라”고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말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가정에 소홀했던 소크라테스를 남편으로 둔 크산티페를 단순히 악처로 치부해 버릴 것인가. 잔 다르크는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고도 왜 화형대에 올라야 했는가.

<나는 꽃이 아니다>(멘토프레스. 2012)는 한 시대를 풍미한 여인들의 삶에 꼬리무는 의문에 답한 책이다. 서태후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남성위주로 돌아가던 정계에서 황후를 거쳐 태후시절 네 명의 황제를 거느린 48년간의 철권통치라니 참으로 대단하다. 어느 황제도 그리하진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업적은 개인적 영화를 위한 권력뿐이었다. 그 와중에 탄생된 이화원만 그녀와 함께 영원히 남겨진 셈인가. -97쪽

이처럼 책은 남자의 그늘아래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소평가되었던 여인들의 삶을 파헤쳤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면서 세계사의 행간에 숨어 있는 실체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클레오파트라, 예카테리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 이사벨 1세, 엘리자베스 1세와 같은 위대한 여성 지도자들의 삶을 통해 그녀들의 리더십을 발견하고, 왕비의 위치에서 가혹한 운명에 맞서거나 혹은 화려한 드레스에 비극을 잉태했던 카트린 드 메디치, 에바 페론, 조세핀, 그레이스 켈리 등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악의 꽃’으로 비유할 바토리 백작부인, 마타 하리, 마그다 괴벨스, 이르마 그레제 등의 삶을 추적하며 비극적인 역사 앞에서 그들을 다시 심판대에 세우기도 한다.

책은 한 시대, 진정한 한 남자의 꽃이길 원했거나, 꽃이길 거부하며 시대를 앞섰거나, 치열한 현실에 맞서 남자들과 어깨를 겨누었던 여인들의 치명적 삶을 다룬다. 한마디로 남성지배사회 속에서 인습과 통념에 거침없이 맞섰던 여인들의 당당한 외침을 담았다. 기존 역사책의 틀을 깬, 진일보한 여성시각의 책인 셈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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