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 & 필사] <306> 상실의 문학
[책속의 명문 & 필사] <306> 상실의 문학
  • 김지우기자
  • 승인 2012.02.06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65 글쓰기 훈련]은 책 속의 명문장을 읽고 매일 필사하는 글쓰기 연습입니다. 오늘 과제는 문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문학은 그 외피적인 한계를 뚫고 수천년을 달려온 위대한 유산입니다.

<306> 상실의 문학

문학은 글로 쓰인다. 이 점은 문학이 품고 있는 사실이다. 애초에는 구전으로 보전된 작품이라 하더라도 글로 쓰여야만 비로소 문학이 된다. 따라서 모든 문학은 어떤 매체(밀랍 혹은 돌, 진흙, 파피루스, 종이, 또는 노끈이든)에 담겨 존재한다. 매체에는 물질적 특성이 있다. 그 까닭에 문학 자체도 그 매체의 질료가 갖고 있는 취약성을 띠게 마련이다.

모든 자연력이 문학을 해치려고 공모한다. 불과 물, 공기, 점토질 토양이 그렇다. 특히 종이는 무방비 상태다. 종이는 잘게 부숴지고 찢어지며 물들고 벗겨지기 쉽다. 기생 생물과 곰팡이에서 곤충과 설치류에 이르는 무수한 약탈자들이 종이를 먹는다. 게다가 종이는 스스로를 먹어치운다. 종이는 자체에 포함된 황산 성분 때문에 서서히 타 버린다. 그런데 이보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유실은 인간에 의한 파괴다.

19세기 한 시인은 자기 삶을 신의 아름다움에 헌신하였다는 이유-그는 예수회 신부가 되었다-로 초기 작품을 몽땅 불살랐다. 제임스 조이스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초고를 심통 사납게 불속에 집어던졌다. 다행히 그의 아내가 가까스로 건져내는 것을 말릴 순 없었다. 미하일 바흐친은 유형생활을 하면서 성서 한 권을 가지고 담배를 말아 피웠다. 또한 도스토예프스키를 논한 자신의 저작마저 담배 종이로 써 버렸다. 이처럼 세계문학사는 상실된 문학의 역사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책을 찾아서> 중에서. 글쓰기훈련을 위해 일부 수정했습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