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명문장 필사]<304>헤밍웨이 '태양은 뜬다'
[책속의 명문장 필사]<304>헤밍웨이 '태양은 뜬다'
  • 김지우기자
  • 승인 2012.02.03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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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명문을 읽고 매일 글쓰는 프로그램입니다. 오늘 과제는 헤밍웨이 소설 베껴쓰기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에 유의하세요~

<304> 낚시

길은 숲 그늘을 벗어나 뙤약볕으로 접어들었다. 앞에는 골짜기를 흐르는 강이 있었다. 강 건너는 가파른 언덕이었다. 그 언덕에는 메밀밭이 펼쳐져 있었고, 나무가 몇 그루 있는 비탈 아래에는 하얀 집이 한 채 보였다. 날이 몹시 더웠다. 우리는 강을 가로지르는 댐 곁의 나무 아래에 멈춰 섰다. 낚싯대를 이어 맞추고, 릴을 달고, 목줄을 매어 낚시 준비를 마쳤다.

낚싯대와 미끼 깡통, 뜰채를 챙겨 들고서 댐 쪽으로 갔다. 댐은 통나무를 띄워 보내는 데 필요한 물을 가두기 위해 지어진 것이었다. 수문이 열려 있었다. 나는 켜놓은 통나무 목재에 앉아, 폭포를 이루며 떨어지는 강물의 매끈한 앞치마 모양을 바라보았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는 댐 밑부분은 수심이 깊었다.

미끼를 다는데 송어 한 마리가 하얀 물보라 속에서 솟아올라 폭포 속으로 뛰어들더니 물살에 쓸려 내려왔다. 미끼를 다 달기도 전에, 또 한 마리가 마찬가지로 멋진 곡선을 그리며 뛰어 오르더니 쏟아져 내리는 폭포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괘 큰 추를 달아, 댐 안에 갇혀 있는 통나무 끄트머리의 물거품 이는 곳에다 드리웠다.

나는 송어의 입질을 미처 감지하지 못했다. 어쩌다 당길 때 걸려들었음을 알았다. 낚싯대가 거의 반으로 꺾이도록 싸움을 벌여 녀석을 끌어낼 수 있었다. 폭포 밑부분, 부글부글하는 물에서부터 휙 끌어 올린 녀석을 댐 위에다 떨구었다. 근사한 놈이었다. 나는 녀석의 머리를 통나무에다 탕 쳐서 기절시킨 다음, 가방에 집어넣었다.

녀석을 상대하는 동안, 송어 여러 마리가 폭포 위로 뛰어올랐다. 미끼를 달아 드리우자마자 또 한 마리가 낚여, 같은 식으로 잡아 올렸다. 잠시 동안 나는 여섯 마리를 낚았다. 모두 크기가 거의 같았다. 나는 녀석들을 한 방향으로 나란히 눕혀놓고서 바라보았다. 빛깔이 아주 예뻤고, 찬물에서 막 나와서 탄탄했다.

날이 더워서, 나는 생선들 배를 갈라 내장이며 아가미 같은 것들을 싹 도려내어 차례로 강 건너편에 던져버렸다. 이어서 송어를 강둑 위로 가져가 댐 위의 차갑고 물살이 느린 데서 씻었다. 그리고 고사리를 좀 따서 씻은 송어와 함께 가방에 채워 넣었다. 고사리를 한 층 깐 다음에 송어 세 마리를 얹고, 다시 고사리를 한 층 깔았다. 그 위에 송어 세 마리를 더 얹은 다음 고사리로 덮었다. 고사리와 어우러진 송어가 보기 좋았다. 나는 제법 불룩해진 가방을 나무 그늘에다 두었다. 댐 위는 몹시 더웠다. 163~164쪽 -네이버 카페 <글쓰기훈련소> 황금지우개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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