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지혜' 앞에 삶의 길 묻다
'노년의 지혜' 앞에 삶의 길 묻다
  • 노수진 시민기자
  • 승인 2011.12.20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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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이 만든 아름다운 책

[북데일리] ‘질문을 던진 사람만이 답을 구할 수 있다’는 말에 기대어 인생의 스승과 선배들을 찾아 삶의 경험과 살아가는 지혜를 얻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나이 들어가는 일과 노년의 삶, 인생의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들께 질문을 하고 그 답을 모아 합치면 훌륭한 삶의 지침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출간 의도가 아름답다. <사랑합니다, 당신의 세월을>(궁리. 2011)은 저무는 노년의 삶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춰 보석처럼 드러낸 책이다. ‘보통 사람‘ 8명이 인생의 스승과 선배들을 찾아 삶의 경험과 지혜에 대한 답을 얻은 인터뷰 집이다. 나이도, 직업도, 혈연, 지연과도 전혀 상관없는 이들의 관심사는 ’노인이다. 모두 노인 복지에 대한 관심과 공부 그리고 새 길을 찾는 온라인 카페 ‘어·사·연(어르신사랑연구모임)’ 멤버다.

자식이 아버지를 후배가 선배를, 은사이자 멘토를 인터뷰하는가 하면,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함께 앉혀놓고 인생의 길을 물었다. 인터뷰 대상자 역시 봉사외길을 걷는 이들부터 북카페 운영자, 도보여행가까지 다양한다. 가수 윤종신 아버지 윤광석와 세계식생활문화연구원 원장 구천서가 눈에 띈다.

가장 인상적인 대화는 장서가 김용수 씨와 저술가 김종헌 씨(북카페 ‘피스오브마인드’ 대표, ‘추사를 넘어’ 저자)의 경우다. 두 사람의 책 이야기에 관한 ‘고담준론’은 어느 독서의 대가 못지 않다.

“책이 1만5천권인데, 그중에는 한적 목판본과 금속 활자본 책이 1,200권 정도 되고...”(김종헌 씨)

(1만여 권의 책과 4천 장이나 되는 음반을 보관하려고 하니 거실과 방에 가득해요. 1 주일에 두 번은 먼지를 털고 닦아줘야 하니...“ (김용수 씨)

책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 자연스럽게 우리 사회문제, 특히 노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로 옮아갔다. 공감할 내용이 많다. 김종헌 씨는 삶이 허덕이는 이유에 대해 우리의 물질주의와 비교의식에서 찾았다.

“60, 70년 대 초만 해도 집이 부자냐 아니냐를 떠나서 밥 먹고 자기 집 가진 정도면 되었지, 요즘처럼 쟤내는 60평 짜리 살아, 얘네는 20평 짜리 살아, 이런 식의 비교가 거의 없었어요. 지금은 남의 것과 내 것을 모두 비교하며 살고 있어요.“(김종헌 씨)

두 사람은 정부가 실버세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점과 노인을 바라보는 의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 입을 모았다. 김종헌 씨는 “일본은 실버세대를 활용해서 성공한 나라”라며, “일본에서 퇴직기술자를 데려다가 활용해 성공한 기업이 많다”고 소개했다. 시니어들이 일할 수 있는 직종을 사회 계층에서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모아 좋은 정책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삶의 축소판이다. 엮은 이는 “인터뷰 대상자 중에 정해진 길을 따라 인생을 살아온 분이 한 분도 안계셨다:”고 소개한다.

“예기치 못한 만남으로 계획이 틀어지기도 하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신의 뜻과는 맞지 않는 길을 갔지만 결국 그 길이 내 길이었노라고 잔잔하게 웃으며 소회를 밝히기도 하셨습니다. 길을 찾고 있는 저희에게 이보다 더한 교훈은 어디 있겠습니까.“

삶의 후반전에 들어선 이들에게 선택의 폭은 좁다. 기회도 많지 않다. 어쩌면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답을 구해야 한다. 아마 다음의 인터뷰 내용 속에서 그 단초를 얻을 지 모르겠다.

‘길 위에서 혼자 서니 문득 다른 사람을 원망한 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게도 잘못이 많다는 걸 깨달았지요.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잘못했다”고 소리치며 울기도 했어요. 진심으로 통회(痛悔)하는 길 위의 고백성사도 했어요. 미움을 풀고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돌아가면 미워하던 사람이랑 밥 한 끼 같이 먹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더군요.’ -도보여행가 황안나 씨

‘더 잘 살기 위해 갔어요. 잘사는 삶이란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리에게 잘사는 삶이란 세 가지로 말할 수 있어요. 자존심과 자긍심을 지니고,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사람들과 조화와 화목을 지켜가며 살고자 했어요.’-상장회사 CEO를 관두고 시골로 들어간 김종헌씨

‘보약을 먹어서 100세를 사는 사람은 없어요. 보약은 아주 몸이 쇠했을 때 일시적으로 회복시킬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자기 몸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자연 속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만큼 퇴화속도가 늦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누구든지 물어요. 뭘 먹으면 좋으냐고요. 늘 자기가 먹던 걸 먹어야 좋습니다. 여러 가지를 고루 먹습니다. 특별한 음식은 오히려 해가 될 때가 많습니다.’-구천서 세계식생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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