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신 책으로 '나 위로하기'
병원 대신 책으로 '나 위로하기'
  • 신상진 시민기자
  • 승인 2011.12.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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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문턱을 낮춘 정신과 의사 이홍식


[북데일리] ‘손을 오른쪽 주머니 속으로 집어넣는다. 그리곤 꼬집는다. 나의 오른쪽 사타구니 꼬집기는 오래된 습관이다. 그 부위 피부는 항상 갈색으로 변해있다. 스트레스가 극심할 때는 아예 새까맸다.‘ (14쪽)

‘연세대 의대 정신과 교수. 35년 차 정신과 의사. 정신의학 분야 명의다.’라는 책날개의 소개글이 눈에 띄었다. 그런 그도 감당하기 힘든 환자 앞에서는 저렇게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나는 나를 위로한다>(초록나무. 2011)는 걷고, 달리고, 그림 그리고, 노래 부르고, 명상하는 의사의 길안내서다. 그는 본인이 살아남기 위해 한 모든 걸 이 책에 담았다. 또한, 월급을 받는 직업인, 환자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한 애환을 솔직히 얘기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병원문턱을 낮추는 의사’가 바로 그임을 알 수 있다.

아들, 가장, 남편, 아버지로서 그의 솔직한 고백도 함께 한다. 자신에게 온갖 신세타령을 늘어 놓던 중년 부인이, “사모님은 좋으시겠어요. 사람 심리를 잘 이해하는 정신과 교수님과 함께 사시니...”하며 빤히 쳐다보더란다. “아이고 중이 제 머리 깎나요?”(258쪽)하며 얼버무렸지만 이거 참 찔리는 일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아내는 하다못해 정신과도 쉽게 찾아갈 수가 없다. 정신과 명의의 아내가 정신과 출입을 한다고 소문나면 어떡하겠냐는 거다. 대신 다른 곳을 찾았다는데, 거기가 어디냐면 바로 ‘점집’이다.(258쪽) 게다가 결혼 30년 되던 해는 가출(235쪽)까지 감행했다니... 독자에게 무한한 위로를 주는 장면일 듯하다.

또한, 딸의 결혼을 맞는 아버지의 심리는 슬그머니 웃음을 짓게 한다. 어느 날 아내와 한 잔 하고 있던 맥주집으로 딸이 남자친구를 데려왔다. 자연스럽게 인사를 시키려 한 거겠지만 ‘왠지’ 마음이 편치 않았다. 두 번째 만나는 자리에서 다섯 가지 질문이 들어있는 메모지를 주고 답을 하라 했다.

“싫으면 말고...”. 남자 친구는, “아닙니다.” 단 한마디 하고는 질문지를 받아갔다. 그 내용은, ‘첫 째, 현재 귀하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와 가치는 무엇인지 기술하시오, 이어, 세상의 근본이 효라고 하는데 귀하가 생각하는 효에 대해 논하시오. 세 번째, 명예와 재물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시오. 그 이유는?, 이에 더해, 완벽한 부부란 과연 가능한지, 혹시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에 대해 논하시오. 마지막으로, 한의학의 장점과 한계성에 대해 간단히 논하시오.’ 다. (158~159쪽)

딸의 남자친구는 다음날 새벽에 이에 대한 답을 보내왔다. 이후 ‘김서방’이 되고나니 기특하고 이뻤다.

글 중간에 삽입된 유화는, 그가 개인전 2회에 그룹전을 여러 번 했다는 이력을 수긍하게 한다. 넓고 갖가지 색으로 펼쳐진 하늘과, 산, 집, 길이 공통으로 들어간 화폭은 자유로움과 절제가 함께 느껴진다. 소소한 일상과 함께 하는 그의 삶은 다양하고 역동적인 한편 조용한 명상이 함께한다.

또한, 완벽주의, 우울증, 불면증, 일 중독증, 인간관계에 대한 설명과 처방은 병원까지 갈 용기는 없지만 스스로 증상을 느끼는 독자에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누구든 조금은 가볍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나를 제대로 위로하는 일. 그 안에 나를 살려낼 가장 강력한 에너지가 숨 쉰다. 그 에너지를 꺼내 써라.’
그가 주는 명료한 메시지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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