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평전 읽히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평전 읽히기
  • 노수진기자
  • 승인 2011.12.12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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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큰 걸음'... 있는 그대로 알리기

[북데일리] 아이들에게 진짜 위인전을 읽힐 순 없을까. 객관적인 평가 속에서 배울 점을 확실히 배우는 위인전!

<세상을 바꾼 큰 걸음>(돌베개. 2011)가 가장 가까운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한 인물의 영웅적인 면모를 부각한 위인전도, 직업이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는 롤모델 이야기도 아니다. 당대와 오늘의 역사 속에서 그 인물의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본격 ‘인물 평전’이다.

자칫 위험한 시도로 보이기도 한다. 책은 어떤 면에서 보자면 평전은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을 제대로 보고 다시 보는 작업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잘못 알려졌거나 부분적인 면만 과대 포장되어 있었던 위인의 삶에서 거짓 신화를 벗겨 내고 그 아래 숨겨져 있는 참모습을 제대로 보고 다시 보고 속속들이 꿰뚫어보려고 시도하는 점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셋째 권의 주인공 에이브러햄 링컨은 가난한 통나무집 아들로 태어나 자수성가하여 대통령에 당선되고 지극한 인류애와 정의심으로 노예해방이라는 위업을 이룬 인물로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다.

그런데 이 책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고 온전한 진실도 아니라고 말한다. 링컨이 빼어난 유머감각을 갖춘 소탈하고 매력적인 인물임에 분명하지만, 노예해방에 얽힌 신화만큼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고 알려 주는 것이다. 즉 링컨이 노예 해방론자와 노예 찬성론자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공격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남북전쟁이 발발한 뒤에도 노예해방 선언을 계속 머뭇거렸다는 사실 등을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또한 노예해방이라는 역사적인 사건 이면에 정치적, 경제적인 이해득실이 깔려 있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지적한다. 아울러 어린 자식들의 연이은 죽음 같은 불운했던 개인사까지 놓치지 않음으로써 링컨이 맛보았던 환희와 영광뿐만 아니라 절망과 고뇌까지 빠짐없이 조명한다.

영웅 링컨이 아니라, 때로는 슬퍼하고 때로는 두려움에 떨기도 하는 ‘인간’ 링컨을 어린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이 책은 기존 ‘위인전’과 차별화 되어 있다. 예컨대 우리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라고 꼽는 첫 권의 주인공 레오나르도 다빈치조차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르네상스 초기의 활기찬 에너지와 스승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의 공방에서 이루어진 체계적인 도제 수업, 그리고 루도비코 스포르차와 샤를 앙부아즈 같은 명망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탄생했다는 사실을 흥미진진하게 알려 준다.

뿐만 아니라 공방에서 함께 생활하며 우애를 주고받은 선배 화가 보티첼리와 기를란다요, 평생의 라이벌이었던 미켈란젤로, 르네상스 3대 화가로 꼽히는 라파엘로 등과의 크고 작은 인연을 다채롭게 묘사하면서 르네상스 미술이 촘촘한 관계와 영향 속에서 꽃을 피우는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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