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젖게하는 요리 책
추억에 젖게하는 요리 책
  • 서유경 시민기자
  • 승인 2011.12.0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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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의 딸이 쓴 '팔색 사연 음식 이야기'

<셰프의 딸>(마음산책, 2011)이란 제목만 보고 요리책이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요리의 레시피가 있으니 분명 요리책이 맞다. 한데 이 책은 단순한 요리책이 아닌 요리에 담긴 맛있고 따뜻한 추억에 빠져들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태어나 프랑스 요리 셰프인 아버지를 따라 서독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 후로 일본, 동독, 스페인에서 생활하고 현재 한국에 살고 있다. 해서 그녀가 들려 주는 음식 이야기는 일본 음식에 국한되지 않은 요리다.

책엔 ‘라자냐’, ‘크림 콘 스프’, ‘크레이프’, ‘햄버거 스테이크’처럼 익숙한 요리들과 생소한 이름인 ‘아펠쿠헨’(독일식 전통 케이크), ‘다시마키 타마고’(일본식 달걀말이), 한국의 닭볶음탕과 비슷한 ‘포요 아 라 카수엘라’ 등 낯선 요리까지 다양하다. 그녀의 요리엔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 특별한 요리인 것이다.

프랑스 요리 셰프로 함께 식사를 할 수 없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로스트치킨’을 먹을 때마다 그녀는 사랑을 먹은 것이다. 그 치킨 요리엔 가족을 위해 새벽에 일어나 밥을 하던 모든 엄마, 퇴근길 아이들을 위해 간식을 사온 세상 모든 아빠의 마음이 담겨 있던 것이다.

저자는 정식으로 요리를 배운 사람이 아니다. 한데 그녀가 소개하는 요리는 친근하다. 왜냐하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요리 선생님이 아닌 엄마나, 친구, 누나처럼 요리를 만들며 수다를 떨고 함께 즐긴다.

그녀가 외롭고 힘든 타국 생활을 견디고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요리가 있었기 때문이지도 모른다. 음식을 나누며 먹는 사이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니 말이다. 불편한 사람과 밥 먹는 일처럼 어려운 일도 없으니까.

맛있는 음식이나 새로운 요리를 접하면 ‘이 요리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하고 궁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구에게 묻지 않아도 내가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까마득히 어린 시절부터 먹었던 요리는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요리를 잘 하게 된 이유는 집안내력이라는 둥, 어릴 때부터 단련된 미각 덕분이라는 둥 여러 이야기를 듣지만, 사실은 내가 단순히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강한 아이였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지금도 내가 만든 음식을 먹은 사람이 맛있다고 즐거워 할 때나, 요리 교실에서 배운 음식을 집에서 만들었더니 가족들이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좋다. 왠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매번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다.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요리의 즐거움은 아닐까. p. 252

그녀의 말처럼 터무니없는 즐거움을 알게 된 건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러니까 나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이 아니라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음식을 만드는 행복 말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가족이나 연인이 떠오르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음식을 잘하고 못하고는 나중 일이다. 맛있는 음식을 마주하고 함께 먹는 일이야말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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