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이 상황에서 웃음이 나와?'
  • 정민호 시민기자
  • 승인 2011.12.07 13: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쟁통 속의 인간의 실존을 그린 소설

 

[북데일리] <단조의 코미디>(올. 2011)는 유대인을 숨겨준 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의 체험이 녹아든 작품이다. 작가는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 부부의 집에 숨어 지내면서 집필에 온 힘을 쏟으며 길고 고단했던 나날들을 견뎠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네덜란드의 젊은 부부 앞에 어느 날 도피 중인 중년 유대인이 나타난다. 부부는 순수한 마음으로 집안에 몰래 은신을 해주기로 한다. 한 남자와 한 부부의 동거는 예상치 못한 파탄을 맞는다. 유대인 남자는 삶을 비관한 끝에 숨을 거둔 것이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전쟁이 깊은 절망과 고통을 낳았다.

'자기가 부담스러운 존재라는 생각, 그들이 자기에게 지쳐서 마침내 벗어나고 싶어 할 거라는 생각이 열병처럼 그를 사로잡았던 것이다. 아무도 그런 눈치를 조금도 준 적이 없는데도 그는 혼자 남들의 생각을 추측하고 그 생각으로 자신을 옭아맸다. (중략) 그것은 어떤 질병, 숨어 사는 사람에게 닥치는 생각의 병이었다. 그 병은 자연스러움을 앗아가고 무례하거나 나약하게 만든다. 그로부터 의연함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64p

잠시나마 한 집에서 가족과도 같은 친분을 나누었던 한 남자.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도 잠시, 젊은 부부는 또 다른 난제에 봉착한다. ‘존재하지도 않는 사람’의 시신을 처리해야 하는 것. 결국 사체를 공원 벤치에 버린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남자의 잠옷에 붙어 있던 세탁물 번호를 떼어내지 않은 것. 부부는 더 큰 위기 속으로 몰려간다. 

작품은 이런 내용으로 전개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삶, 전쟁, 죽음이라는 긴박하고 실존적 상황을 맞닥뜨린, 웃지못할 , 그러나 웃기는 사건들이다. 가장 단적인 예가 전쟁통의 임신이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인간은 인간이기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이 댁과 같은 상황에서 아기가 태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략) 빔과 마리는 시선을 교환하며 미소를 지었다. 심각한 이야기이고 심지어 슬픈 이야기였지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는 별의별 일이 다 있다! 하지만 의사의 말이 맞았다. 아기는 어디서나, 공습 중에 방공호에서도 태어난다. 게다가 거기서는 좋은 조건일 때보다 더 빨리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죽음이 판치는 곳 어디에서나 삶 역시 계속된다. 32-33p

소설은 예기치 않은 희극적 상황 속에서 고개를 쳐드는 인간의 실존적 문제를 그리고 있다. 출판사는 “극한 상황에 처했음에도 생을 이어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동경과 열망의 노래”라고 이 작품에 대해 의미를 부여했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