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 글쓰기 훈련]<260>베껴쓰기-비둘기
[365 글쓰기 훈련]<260>베껴쓰기-비둘기
  • 김지우기자
  • 승인 2011.12.06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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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365 글쓰기 훈련]은 매일 하는 글쓰기 연습 프로그램입니다. 오늘 과제는 베껴쓰기입니다. 비둘기에 대한 '평화로운' 생각을 산산조각낸 명장면입니다.

<260>비둘기

[글쓰기훈련소] 발 한쪽을 문지방 너머로 거의 떼어놓을 뻔한 순간이었다. 그것이 문 앞에 앉아 있었다. 문지방에서 불과 20센티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창문을 통해 들어온 아침 햇살의 창백한 역광을 받고 있었다. 남회색의 매끄러운 깃털을 한 그것은 황소 피처럼 붉은 복도의 타일 위에, 붉은 색에 갈퀴 발톱을 한 다리를 보이며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비둘기였다.

새는 고개를 비스듬히 옆으로 누인 채 왼쪽 눈으로 조나단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눈, 작고 둥그스름한 원반형, 갈색에 가운데가 까만 그것은 너무나도 끔찍스러웠다. 마치 머리털에 꿰매어 놓은 단추처럼 보였고, 속눈썹도 없는 듯이, 광채도 없이, 그냥 무턱대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끔찍스럽게 무표정한 시선을 밖으로 내던지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 눈 속에 교활한 머뭇거림이 숨어 있는 것 같기도 하였다. 또 어떻게 보면 외부의 빛을 몽땅 빨아들이기만 할뿐 자기 자신은 빛을 전혀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카메라의 렌즈처럼 생명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어떤 광채나 희미한 빛조차도 그 눈에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살아 있는 흔적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가 없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할 눈이었다. 바로 그 눈이 조나단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죽을 만큼 놀랐다. 정작 그를 더욱 놀라게 한 순간은 좀 더 나중에 있었다. 얼어붙은 듯이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들어오지도 못하며 문지방에 서 있었을 때, 약간의 미동이 있었다.

비둘기가 두 발의 위치를 바꾸었는지, 날개 죽지를 약간 움직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어쨌든 새의 몸이 약간 꿈틀대는 듯 하더니, 그와 동시에 눈꺼풀이 눈을 덮어버리는 것이었다. 눈꺼풀이 하나는 아래쪽에서, 또 하나는 위쪽에서 나온 것 같았는데, 실제로 눈꺼풀이라기보다는 고무 같은 것으로 만들어진 씌우개처럼 보였고, 아무것도 없다가 갑자기 생겨나 순식간에 눈을 삼켜버린 입술 같은 것이었다. 눈깜짝할 사이에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조나단은 공포로 몸서리를 쳤다. -네이버 카페 <글쓰기훈련소>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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