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데일리] <살찌지 않는 스모선수>(열림원. 2011) 표지를 보면 스모차림의 한 소년이 명상을 취하고 있다. 스모 선수라 하면 우선 마른 모습이 아닌 그 흔한 덩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여기엔 사연이 있다.
15세 소년 준. 집을 나와 길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것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엄마는 있지만 천사인 엄마로 인해 준은 어릴 적 누리고 싶었던 것을 누리지 못하고 특히, 엄마의 사랑을 누리지 못하고 자랐다고 한다. 결국 가출을 함으로써 문맹인 엄마는 글이 없는 편지를 보내고 준은 이에 답장을 하지 않는 나날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자신 앞에 나타는 쇼민주라는 노인이 나타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 안에 떡대가 보인다"
노인의 말을 들은 소년은 그 말을 믿고 스모에 도전하기로 했다. 스모는 그에게 있어 한낮 ‘우스개‘로만 보였다. 그러나 스모 선수들이 모래 위에서 서로를 견재하며, 그 순간만큼은 자신의 세계에 존재하고 오로지 승리를 위해 눈빛을 내는 모습에 준은 스모를 하기로 한다. 쇼민주에 의해 훈련을 하지만 전혀 살이 찌찌 않는 체력으로 인해 그만두려고 하다 그는 다시한번 도전한다.
"그보다 더 덩치가 크고 무거우며 더 날래고 더 근육질인 선수들이 허다했다. 한데, 일단 도효에 오르기만 하면 그보다 더 집중하는 선수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으로 모든 걸 지배했다." -본문중-
'구름 뒤에는 늘 하늘이 펼쳐 있는 법이다'라는 쇼민주의 애기를 통해 준은 변하고 있다. 자신의 안에 있는 떡대가 오로지 스모를 하기 위한 겉모습이 아닌 자기 자신을 이기는 자라는 것. 나 자신을 앞서가고 나를 이끌어주며 내게 영감을 불어넣는 나의 최선의 모습이라는 것. 이것이 바로 떡대라는 것이다.
짧은 이야기기 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느낌들. 사랑을 받지못해 거리로 뛰어나왔던 쇼민주의 모습. 그리고 천사라고 불리우는 엄마의 병명. 사람은 성장하면서 흔들린다. 가지 말아야 하면서도 그 길을 가는 것이 사람이다. 그때 길을 바로 잡아줄 수 있는 누군가의 힘이 닿는다면 자신 안에 있는 떡대를 발견할 수가 있다. 준의 모습을 통해 난 무엇을 보았을까?
준은 말한다. "승리를 하고 싶은게 아니라, 살고 싶었다" 라고. 목표를 두고 살아가지만 그 목표를 쟁취하기 보단 살아가기 위해서 목표를 세워두는 것이다. 그렇다. 목표는 길이 끝나는 지점이 아니라 길 그 자체인 것이다.
이 책은 유년기의 방황과 영적 모험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선불교의 오묘한 세계로 이끌어나간다. 책을 읽고 나니, 웃으면서 읽기도 했고, 덮으면서도 아직도 "네 안에 떡대가 있다"라는 말이 맴돈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우리 안에 떡대가 존재하다. 다만, 누가 그것을 언제 깨워주느냐 시간이 걸릴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