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 알고보면 사회파 배우?
안성기 알고보면 사회파 배우?
  • 김현태기자
  • 승인 2011.12.02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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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쓴 평전...배역 속에 한국사 들어있어

[북데일리]국민배우 안성기의 평전이 출간되었다. <청춘이 아니라도 좋다>(사월의책. 2011)이 그것. 특이한 점은 저자다. 일본인이다. 이유는? 저자의 말을 옮기면 ‘그냥 안성기가 좋아서’이다.

책은 안성기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은 국민배우란 호칭으로 영화배우의 표상이 되었지만, 중- 장년 영화팬에겐 ‘아역스타’혹은 ‘자장면 배달청년’으로 새겨져있다. 후자는 영화 ‘바람불어 좋은날’의 배역이었다.

책에 따르면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안성기는 처음부터 성공적인 길을 걸어오지 않았다. 안성기는 아역배우를 하다가 영화가 맞지 않아 10년간 영화계를 떠나기도 했다. 취직이 되지 않아 백수로 지내다가 오랜 방황 끝에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만약 일이 잘 풀렸다면 오히려 우리는 귀중한 배우 하나를 잃을 뻔한 셈이다.

무엇보다 그는 노력하는 배우였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오늘 날의 그를 만든 건 배우로서의 연기력이다. 그런데 그 이면엔 다음과 같은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다.

“나는 촬영 전날이면 뛰지도 않고 빨리 걷지도 않아요. 가급적 큰소리도 지르지 않고 조용히 지내지요. 왜냐하면 다음 날 촬영을 위해 힘을 아껴두는 겁니다. 숨 하나라도 아껴두고 싶은 거죠.” (150쪽)

그는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경험했으나 꿋꿋하게 외길을 걸어왔다. 이와 함께 책은 안성기가 ‘국민배우’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를 ‘단순히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붙여진 것이 아니라, 상처받고 고된 삶 속에서 항상 함께 있어준 배우라는 경의와 공감이 그 바탕에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책은 안성기란 인물 외에도 한국 사회를 외국인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안성기는 대개 이웃집 아저씨 같은 편안한 인상과 온화한 미소,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배우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는 절반만 맞다. 안성기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약자의 편에서 연기를 해온 사회파 배우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바람불어 좋은 날>의 비겁한 중국집 배달원에서 <고래사냥>의 거지 왕초, <투캅스>의 비리 경찰, <라디오 스타>의 퇴물 매니저까지 안성기가 연기한 역할들은 평범한 역이 많았다. 한국 최고의 스타라고 하기에는 너무 평범한 역할을 연기해온 것.

그러나 자세히 보면 배역 속에는 우리 사회의 문제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다.

안성기는 서문을 통해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자료와 내용이 들어있다. 따라서 영화사의 사료적 가치도 크다”며 저자에 대해 감사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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