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플갱어 신드롬` `레몬`은 하나다?
`도플갱어 신드롬` `레몬`은 하나다?
  • 북데일리
  • 승인 2005.12.1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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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사랑하기 때문에 비밀입니다`라는 광고카피로 국내 개봉돼 화제가 됐던 일본 멜로영화 `비밀`은 99년 제작돼 파란을 일으키며 일본 아카데미 영화제를 휩쓸었다.

흥행과 비평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 `비밀`은 빙의를 소재로 한 일본 인기 대중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47. 東野圭吾)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국내 출간된 히가시노의 소설 <레몬>(노블하우스. 2005)은 소설 <비밀>의 화제성과 달리 또 다른 출판 뒷담화가 눈길을 끈다.

원래 <레몬>이 처음 잡지에 연재될 당시 제목은 <도플갱어 신드롬>. 도플갱어(Doppelganger)란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대상(환영)을 보는 현상이나 그 대상, 분신(복제)를 말한다. 연재가 끝나고 책으로 나올 때는 일본인에게 친숙한 한자로 바뀌어 <분신(分身)>(1993)으로 출간됐다.

노블하우스 편집부에 따르면 국내출판 기획 당시 원제목을 존중하려 했지만 대부분 ‘분신(分身)’ 대신 ‘분신(焚身)’을 연상해 고심 끝에 작품에 등장하는 레몬의 이미지에 주목하기로 했다고 한다.

주인공인 두 소녀가 서로의 동일성을 인지하는 방법인 레몬. 레몬은 사전적 의미 외에 ‘겉보기에는 번지르르하지만 실체는 아무 것도 아닌 불량품, 사이비’라는 속뜻이 있다. 오렌지와는 달리 레몬은 시큼하기 때문에 그냥 먹기 힘든 데서 비롯된 뜻으로 ‘나와 똑같은 나, 그러나 실체는 다른 나’라는 소설 내용과도 맞아 떨어졌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의 강렬한 레몬의 이미지로 인해 제목을 <레몬>으로 정해도 원작을 훼손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려 <레몬>이라는 `시큼한 이름`으로 한국 독자를 만나게 됐다.

홋가이도 하코다테에서 자란 얌전한 성격의 18세 마리코. 대학의 발생학 교수인 아버지를 둔 마리코는 부모와 닮지 않고 어머니가 자신을 보는 눈이 차가운 것을 의식해 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출생 비밀을 캐내기 시작한다.

또 아버지의 얼굴을 모르고 자란 20세의 도쿄의 여대생 후타바. 아마추어 밴드의 보컬로서 텔레비전 출연했다가 간호사인 어머니가 뺑소니 사고로 숨지자 이 사건을 계기로 역시 출생의 비밀을 조사한다.

말투도 기질도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각각 자신과 용모가 똑같이 닮은 상대의 존재를 알게 된다. 또 둘은 `레몬`을 먹는 방법이 같다.

현대 생명공학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서스펜스 장편소설 <레몬>은 작품 구성을 `마리코`와 `후타바`의 부문으로 번갈아 교차 배치해 스피디한 전개로 독자의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마치 영화제작을 전제로 한듯 라스트신도 이미지 영상이 눈앞에 선명하게 떠오를 만큼 세련되게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최첨단 의학을 소재로 다룬 작가의 소설 <변신> <분신> <숙명> 3부작 중 하나다.

히가시노 게이고(사진)는 58년 오사카 태생으로 오사카부립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 작가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써 85년 <방과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99년 히로스에 료코 주연으로 영화화된 <비밀>로 52회 일본 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작품으로는 <백야행> <레이크 사이드> <살인의 문> 등이 있다.

[북데일리 박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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