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받은 폭발물 열고보니 `여성용 자위기구`
신고받은 폭발물 열고보니 `여성용 자위기구`
  • 북데일리
  • 승인 2005.06.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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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에서 폭발물 신고를 받은 경찰특공대와 폭탄해체반이 헬기까지 타고 출동해 소포를 열어보니 폭탄 대신 2개의 여성용 자위기구(바이브레이터)가 발견돼 주위를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미 오하이오주 블러프톤 우체국 직원들이 수하물 하역장에서 의심스러운 흰상자를 발견한 것은 지난 6월 24일 오전 9시 30분경.

안에서 웅웅거리며 진동하는 소리를 듣고 기겁을 한 직원들이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자마자 수분만에 헬기를 타고 온 경찰특공대(SWOT)를 비롯 사우스캐롤라이나 형사지구대 소속 폭탄해체반, FBI요원, 소방대, 응급구조대까지 총출동했다.

철저한 안전조치를 취한 경찰은 전직원들을 우체국 건물에서 대비시키고 인근지역에 대해 봉쇄조치를 내렸다. 만반의 안전을 확보한 경찰이 폭탄 제거작업에 착수, 조심스럽게 우편물을 열어보니 성인용 자위기구 2개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운반 도중 떨어진 우편물의 충격으로 안에 있던 기구가 작동한 것으로 결론 내린 블러프톤 경찰서장 존 브라운은 "황당했지만 신고를 받고 관계기관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신속하게 대처했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준다"고 자평했다.

테러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미국에서 폭발물 관련 신고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경찰의 이런 반응도 당연하다. 게다가 미국의 유명한 천재 테러리스트 `유나바머`의 우편물 폭탄 테러에 대한 기억은 미국민에게 아직도 생생하다.

유나바머는 1978년 5월 27일 부터 95년 4월까지 18년 동안 열여섯 차례에 걸쳐 우편물 폭탄으로 3명을 죽이고 23명을 다치게 했다. 유나바머는 주로 항공사와 대학으로 폭탄을 우송하여 FBI가 붙여준 별명이다.

하버드대 출신의 천재 수학자이자 27세의 나이로 버클리대학 교수가 된 유나바머의 본명은 테오도르 카진스키. 98년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은 그는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람을 죽여야 했다"고 말했다.

유나바머는 95년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즈에 자신의 선언문을 게재해 줄 경우 폭탄테러를 멈추겠다고 통고, 해당 언론사와 법무장관, FBI 국장이 합의해 8면에 걸쳐 선언문을 제개하였다. 선언문의 제목은 `산업사회와 그 미래(Industrial Society And Its Future)`

이 사건은 언론이 테러리즘에 굴복한 것인지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한 용감한 행위였는지의 논란이 강하게 대두되어 사회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유나바머 선언문은 232개의 테제와 36개의 각주로 구성되었고 200자 원고지 800쪽 분량으로 이루어진 장문이다. 이 선언문은 책으로도 출간돼 국내에서는 지난 2001년 박영률출판사에서 `유나바머`로 번역돼 나왔다.

그는 책에서 "현대 기술산업사회가 인간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박탈하며 자연을 파괴한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혁명 뿐"이라며 "혁명의 목표는 정부의 전복이 아니라 현존 사회의 경제적, 테크놀로지적 토대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언문에서 밝힌 그의 생각은 의미심장하다.

"이제 우리의 삶은 다른 사람들이 내리는 결정에 좌우된다. 우리는 그런 결정에 전혀 관여할 수 없으며, 그런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은 핵발전소에서 안전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의 여뷰에 따라 좌우된다.

얼마나 많은 농약이 음식에 들어가도록 허용되는지, 대기에 오염 물질이 얼마나 허용되는지, 의사가 얼마나 숙련된 사람인지(또는 무능력한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직업을 잃고 얻는 것도 정부 경제 부처나 기업체 중역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같은 위협들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개인들의 노력은 좌절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무력감으로 이어진다."[북데일리 노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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