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담은 '칼날처럼 정당한 분노'
렌즈에 담은 '칼날처럼 정당한 분노'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30 07: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 조병준 "불의와 불행이 도를 넘었을 때 표출"

“때로는 분노가 우리의 도덕률이 될 때가 있다.”

[북데일리] 신간 <정당한 분노>(가야북스. 2008)의 부제다. 말 그대로 분노가 그 어떤 수단보다 정당한 순간과 장소가 있다는 뜻이다. 어떤 분노를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책을 쓴 조병준 시인은 불의와 불행에 맞서 저항하는 몸부림을 지목한다. 여기서 불의와 불행은 인간다운 삶을 가로막는 가난, 전쟁, 질병, 소외, 폭력, 억압, 차별 등을 지칭한다. 시인은 이런 불의와 불행이 도를 넘었을 때, 한계를 넘어서려 할 때 분노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빌려온 건 다름 아닌 사진. 세계 3대 포토에이전시 중의 하나인 '매그넘'의 사진이다.

매그넘은 1947년 로버트 카파의 주도 아래,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 조지 로저, 데이비드 시모어가 창립한 사진 에이전시다. 지금껏 전 세계 격동의 현장의 담으며 저널리즘과 다큐멘터리 사진 분야의 최고봉에 오른 집단이다.

시인이 고른 사진은 총 31장이다. 마르크 리부, 래리 토웰, 스튜어트 프랭클린 등 거장의 작품을 모았다.

여기에 ‘정당한 분노’라는 주제를 가지고 글을 풀어낸다. 사적인 이야기, 삶에서 얻은 깨달음, 사회의 부조리와 폭압 등을 유창하게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세상의 모든 불의와 불행에 저항하고 분노해야 한다고 외친다.

물론 사진 설명은 기본이다. 하지만 주는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단순한 사진 해설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베를린 장벽 위에서 무언가를 외치고 있는 한 청년의 모습을 담은 레이몽 드파르동의 사진에 대한 글이다.

“장벽 위를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에 올라탄 저 청년은 동에서 온 것일까, 서에서 온 것일까? 청년의 활짝 열린 입을 통해 터져 나왔던 단어들은 무엇이었을까? 사진은 내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고로, 나는 상상해야 한다. 사진 속으로 걸어 들어가 청년이 앉은 자리에 앉아야 한다. 입술을 열고 크게 숨을 들이쉰 다음, 가슴을 활짝 열고 외쳐야 한다. 벽을 부숴버려! 다시는 쌓지 마!”

매그넘의 사진 한 장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배경지식을 더하면 느낄 거리가 늘어난다. 여기에 시인의 통찰을 얹으니 생각이 더 깊어진다. 괜찮은 조합이다.

한편 가야북스는 ‘매그넘 포토 에세이’ 시리즈를 기획 중이다. <정당한 분노>는 시리즈의 첫 책이다. 두 번째 책은 <야생초 편지>를 쓴 생태평화운동가 황대권이 낼 예정이다.

(사진제공=가야북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