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초등 일제고사, 교육 후퇴시키는 첨병될까
[화제의책]초등 일제고사, 교육 후퇴시키는 첨병될까
  • 김대욱 기자
  • 승인 2008.10.09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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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을 바꿔야...' 저자 이기정 "학교 교육이 시험에 종속되면 학교 교육은 죽는다”

[북데일리] 바로 어제 약 160명의 초등학생들이 때 아닌 체험학습을 떠났다. 전국적으로 시행된 초등학교 3학년 대상 일제고사에 대한 반발이다.

왜 일제고사가 문제인가. 이번 일을 주도한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서울시민모임’은 일제고사가 초등학교학교와 학생을 줄 세워 초등학생의 학습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 뿐일까. 넓게 보면 더 큰 문제가 있다. 일제고사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또 하나의 첨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신간 <내신을 바꿔야 학교가 산다>(미래인. 2008)의 저자 이기정의 말이다.

“시험은 학생의 공부 방향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책에 따르면 시험의 성격에 따라 학생의 학습내용과 교사의 교육방법이 달라진다. 단편적인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의 경우 학생들은 점수 따는 데에 초점을 맞춰 공부하고, 교사 역시 시험을 잘 칠 수 있게 하는 데 골몰한다는 뜻이다.

이런 시험이 만연할수록 교육은 후퇴한다. 쏟아 붓는 돈에 비해 효과는 작은 우리네 입시교육이 대표적인 예다. 사서, 오경 등의 유교 경전만 달달 외우다가 “서양 열강에 무릎 꿇었던“ 중국의 과거제도 또한 무시 못 할 증거다.

일제고사는 어떨까. 일제고사의 정확한 명칭은 국가 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다. 학생들의 기초 학력을 평가해 그 수준에 미달되는 학생 비율을 파악해, 학생들의 학력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게 목적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시험 원점수와 평균, 석차 등의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열화 논란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반대 측은 이를 믿지 않는다. 학교 서열화는 자연스런 수순이며, ‘3류 학교’라는 낙인을 피하기 위해 학교와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제고사 대비 교육이 전면화 된다는 이야기다.

만약 그렇게 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저자의 말처럼 창의적, 논리적, 비판적 사고는 사라지고, 정답을 고르는 기술 교육이 만연할 것이다. 중고등학교 입시 교육의 악순환이 초등학교에서 재연되는 셈이다.

저자는 대한민국 학교를 두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비유한다. 몸이 침대보다 길면 잘라서 죽이고, 짧으면 늘려서 죽인 그리스 신화 속의 프로크루스테스처럼, 한 종류의 수업, 즉 점수 따는 데 주력하는 수업이 학생 개개인의 능력과 개성을 잘라 먹는다는 의미다.

초등학교마저 그렇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초등학생이라고 ‘점수 따는 기계’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무슨 시험이든 신중히 도입해야 한다.

저자는 “학교 교육이 시험에 종속되면 학교 교육은 죽는다”고 충고한다. 초등교육이 이번 일제고사에 종속되는 건 아닐지, 지켜보는 이들의 근심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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