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중국의 두 얼굴
[김용수]중국의 두 얼굴
  • 김용수 시민기자
  • 승인 2008.08.0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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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2000년을 보고 싶으면 시안(西安)에 가세요. 중국의 500년을 보고 싶으면 베이징에, 중궁의 100년을 보고 싶으면 상하이에, 중국의 최근 10년을 보고 싶으면 광둥(廣東)에 가세요”

[북데일리]이 노래는 시간과 공간 양면에서 중국의 도시 표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 각각 황허(黃河), 창장(長江), 주장(珠江)에서 나고 자란 도시인 베이징, 상하이, 광둥은 격동하는 중국문화사에서 세 개의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북방에서는 제왕장상(帝王將相), 영웅호걸, 열사열녀가 많이 등장했고, 남방에서는 문사재원(文士才媛), 변사막료(辯士幕僚)가 많았다. 이러한 특성은 베이징의 경극(京劇)과 상하이의 호극(滬劇)의 주인공들을 보면 일목요연하게 들어난다. 경극의 주인공은 천하를 주름잡는 영웅호걸이 다수이고, 호극의 경우는 미남미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책 <중국의 두 얼굴 >(펜타그램. 2008)은 중국의 저명한 교육학자인 양둥핑(楊東平) 교수가 쓴 책으로 베이징과 상하이에 대한 이야기다. 베이징 사람과 상하이 사람 각각에 대해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양자를 비교해가며 두 도시 특유의 문화적 전통과 배경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를 펼쳐 보인다.

1920-30년대 상하이-베이징 문인들의 라이벌 의식, 사회주의 혁명기에 대처하는 두 도시 사람들의 태도, 홍위병이라는 이름으로 한 데 묶이면서도 은근히 드러나곤 하는 출신지역의 특성,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의 흐름을 타고자 하는 아우성 등등.

여기 등장하는 사람들은 이름난 학자나 예술가, 정치가로부터, 저녁거리를 걱정하며 좁은 골목에서 맞닥뜨리는 소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800년 동안 중국을 지배하는 중심으로 군림해 온 수도 베이징, 그리고 1843년 개항 후 독특한 지리적 역사적 환경의 영향으로 세련되고 모던한 이미지를 고수해온 상하이. 청 왕조 몰락 이후의 혼란기와 1949년 사회주의 혁명, 1960년대 문화대혁명, 1980년대 개혁, 개방 등 20세기의 대 격변을 거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두 도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 제 1부의 내용은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전의 역사로, 베이징과 상하이가 근대 이후 중국을 대표하는 양대 도시로 자리 잡은 배경을 보여 준다. 특히 문예 분야에서 시작된 ‘경파(京派)’ 와 ‘해파(海派)’ 의 대립이 이후 두 도시 사람들의 자존심 대결로 확대된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 대결 구도는 1980년대 개발 경쟁 속에서 다시 한 차례 불거지는데, 그 뿌리는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 제 2부는 1949년 이후 사회주의 시기 중국의 혁명 문화 속에서 두 도시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보여준다, 두 도시 모두 혁명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큰 물결에 휘말려 전통적인 사회가 해체되는 과정을 맞으면서도, 시대에 대응하는 나름의 방식을 갖고 있었음을 이 책은 전한다.

▶ 제 3부는 이제까지의 역사적 흐름을 좇는 설명 방식과 달리, 베이징인과 상하이인의 인격적 특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두 도시 사람들이 느끼는 자신의 모습, 상대방에 대한 감정, 그리고 제 3자가 보는 베이징인, 상하이인의 개성이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되고 종합된다.

▶ 제 4부는 개혁, 개방이 심화되고 시장경제가 본격화된 1990년대 이후의 새로운 국면을 다룬다. 이 시기에 이르면, 국제화라는 변수가 추가되고, 홍콩, 광저우(廣州)등 남방의 새로운 강자들이 전통의 두 도시를 위협하는 다극화 현상이 전개된다. 철거와 도심 재개발, 고층 빌딩의 난립과 도시 범위의 확대는 베이징과 상하이의 모습과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는 달리는 말에 채찍질 노릇을 하고 있다. 해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두 도시의 풍경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지켜보며, 오늘날 대도시가 지켜내야 할 가치는 무엇이냐고 저자는 묻는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이제 서로간의 경쟁보다 자신의 고유한 매력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를 되돌아볼 때가 된 셈이다.

한국-중국 간의 교류가 빈번해진 오늘날, 현재 베이징과 상하이 두 도시에서 눈부시게 번성하고 있는 코리아타운은 한국인들이 베이징, 상하이에 대해 갖는 관심이 중국인 못지않게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현대 중국의 내면세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책이라 여겨진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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