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청] 어떤 상황도 견뎌야 한다
[임재청] 어떤 상황도 견뎌야 한다
  • 임재청 시민기자
  • 승인 2008.07.30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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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남자로 태어나서 여자처럼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학창시절 K가 떠올랐다. K는 남자이면서도 ‘여자’라는 놀림을 받았다. 곱상한 외모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미스터 K가 아니라 미스 K로 불려졌다. K에게는 미안할 일이었지만 남자답지 않았다는 짓궂은 장난이었다.

그런데『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읽으면 전혀 스타일이 다른 두 명이 나온다. 한 명은 이 책의 주인공인 오콩코이고 다른 한 명은 그의 아버지다. 오콩코는 아버지가 ‘아그발라’라고 불려지는 수모 때문에 괴로워한다. 아그발라는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며 아무런 칭호도 없는 남자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래서 오콩코는 아버지가 사랑했던 모든 것을 증오하게 된다.

우리는 이 책에서 남자에게 있어 삶의 두 가지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즉 남자로 태어나서 여자처럼 사는 것과 남자로 태어나서 남자로 사는 것이다. 이러한 갈등에서 오콩코가 선택한 삶은 강(强)한 남자였다. 아버지의 아름다움이었던 친절함과 게으름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오콩코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책의 배경은 아프리카 우무오피아의 마을이다. 이곳에서 오콩코는 세 명의 부인과 함께 산다. 그에게 여자는 부의 척도이자 남자다움의 상징이었다. 저자 말대로 남자가 가족의 우두머리고 아내들은 그에게 복종하게 된다. 따라서 그가 남들보다 권위적이고 공격적이며 때로는 폭력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부와 명예 앞에서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하지만 그의 묘한 운명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졌다. 뜻하지 않는 자신의 실수로 인하여 그는 부족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다시 7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이번에는 낯선 기독교가 삶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아버지와의 갈등을 힘겹게 이겨내고 강한 남자가 된 오콩코에게는 너무나 불합리한 일이었다.

이 책의 또 다른 중심은 여기에 있다. 철옹성 같았던 자신의 고향이 기독교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러자 그동안 정당화되었던 내부의 질서가 와르르 무너졌다. 그들이 의심하지 않았던 전통적인 진리가 과학적으로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러한 부끄러움과 나약함이 아버지처럼 살고 싶지 않았던 오콩코에게 치명적인 상처였다. 그는 자살로 불같은 욕망을 더욱 타오르게 했다.

돌이켜보면 강한 남자를 위한 변명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니체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라고 말했듯 그의 떳떳한 죽음은 끝가지 자신의 믿음을 지키려고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의 죽음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다. 오콩코에게 행복은 남자처럼 사는 것이며 혁명적인 삶이었다. 지금에 와서 그의 불행에 맞서는 방법이 양적(量的)인 행복으로 보인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말하는 데 있어 정신적으로 양보다 질을 우선시한다. 그래서 행복을 양적으로 생각한다면 어느 누구도 행복해질 수 없다.

그러면 질적(質的)인 행복은 무엇일까? 일찍이 빅터 프랭클은 역설적 의도(paradoxical intention)를 말했다. 이것은 원하지 않는 어떤 상태를 회피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의도적으로 그것을 과장해서 직면하게 한 후 그 문제에서 벗어나게 하는 심리치료 방법이다. 그의 말대로 “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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