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콜릿 공장> 로알드 달의 감칠 <맛>
<찰리와 초콜릿 공장> 로알드 달의 감칠 <맛>
  • 이이나 시민기자
  • 승인 2008.07.2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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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인 로알드 달. 제목에서부터 마치 초콜릿처럼 혀를 자극할 것 만 같은 <맛>은 그의 단편 소설들을 묶어서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영화<찰리와 초콜릿공장>의 윌리웡카(조니 뎁)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영화로도 이미 제작되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영화에서 나타나는 엉뚱한 상상력과 기발한 상황설정은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로 보인다. 그러나 영화를 잘 살펴보면 초콜릿 공장의 주인으로 나온 ‘조니 뎁’의 음산한 복장과 표정, 그리고 영화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황량하고 어두운 이미지는 마치 <프랑켄슈타인>의 고딕 풍의 이미지를 풍긴다.

물론 초콜릿 공장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놀랍고 신비롭다. 하지만 초콜릿 강으로 풍덩 빠진 뚱보소년을 구해달라는 소년의 어머니에게 조니 뎁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기계로 빨아올린 다음 조각내어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다음 세계 각국으로 보내질 것’이라고 말하는 그 음산한 대사는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이는 곧 로알드 달이 단순히 어린이 동화작가라는 면모만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소설 <맛>을 읽어보면 명확해진다. 첫 시작은 가볍고 즐겁게 독자를 흥미롭게 한 다음 뒤에 가서는 예상치 못한 반전, 마치 칼로 베어낸 듯 딱 떨어지는 대사만으로 이야기를 끝내버린다. <맛>은 총 10편의 소설을 싣고 있다. 모두 짤막하여 읽는 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지만 설렁설렁 하면서 대충 페이지를 넘기다가는 벌써 끝나버린 이야기에 당황하기 십상이다. “어라? 무슨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 하면서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면 그때서야 이야기를 이해 할 수 있다. 책갈피에 나와 있는 작가 소개는 다음과 같다.

‘도박과 내기에 대한 집착, 속고 속이는 의뭉한 술수 등 인간사의 미묘한 국면을 차근차근 밀도 높은 이야기로 조여 붙이는 그의 솜씨는 마침내 절묘한 유머와 반전을 선사하는바,...(생략)’

10편의 소설 모두 독서의 쾌감을 충분히 느끼게 한다. 일부 독자는 예상하기 쉬운 결말로 끝을 맺는 바람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결말을 예측했다는 점에 대해 스스로 칭찬해도 충분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소설을 꼼꼼하게 읽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페이지를 너무 빨리 넘기면 이해하기 힘든 책이 바로 <맛>이다. 작가가 선사하는 절묘한 유머와 반전은 독자에게 소중한 경험을 안겨준다.

거듭말하거니와,  <맛>은 꼼꼼히 읽어야  맛이다. 작가는 단편들을 마무리 할 때 대화체로 끝내는 경우가 많아서 자칫하면 그 대화의 의미를 놓침으로써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단편들 중 대부분이 내기나 속임수 같은 주제여서 자칫, 독자도 등장인물처럼 감쪽같이 속을 수 있는 것이다.

이중 <손님>은 결말 부분에서 독자의 가슴을 쿵 내려앉게 하고,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는 실소와 연민의 감정을 안겨주는 작품이다. 그 밖에도 모든 작품들이 잘 짜여있어서 ‘오 헨리, 모파상, 서머셋 몸이 함께 들어있다’라는 뉴욕 타임즈의 평가와, ‘로알드 달은 이야기의 귀재’라는 데일리 메일의 평이 결코 과장 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작가 로알드 달(Roald Dahl)

‘거짓말쟁이의 역설(paradox)’라는 말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이 거짓말이다”라는 진술이 있다고 하자. 그 진술이 참이라고 하면 그 발언은 실제로 거짓말이 된다. 하지만 그 진술이 거짓이라고 하면 그 발언은 결국 똑같은 그가 말하고 있는 발언 그대로 ‘거짓말’이 되므로 참인 것과 같은 결과를 도출한다. 즉 참이든 거짓이든 깔끔하지 않고 석연치 않은 결과를 낳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거짓말쟁이의 역설이다.

소설가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이야기를 꾸며내는 사람, 즉 거짓말쟁이다(나쁜 의미가 아니다). 작가는 인간의 모습을 선과 악의 경계에서 이도저도 아닌 의뭉스러운 면과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묘사한다. 마치 거짓말쟁이의 역설처럼 말이다. 로알드 달의 작품 속 인물들도 비슷해 독자들은 작품을 읽으면서 진퇴양난의 기로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상황을 맛보게 될 것이다. 소설 <맛>은 작가가 타고난 이야기꾼 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놀라운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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