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살다
산에서 살다
  • 김용수 시민기자
  • 승인 2008.07.2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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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종교는 한 포기 풀, 한 알의 쌀”


최성현이 사는 산 입구에는 ‘바보 이반 농장’이란 작은 문패가 걸려 있다. 그에게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은 경전과 같은 책으로 가능하다면, 그는 그 나라의 주민이 되어 살고 싶어 한다. 그런 그이가 자연농법을 실천하기 위해 도시생활을 접고 20여 년 전 산으로 거처까지 옮겼으나 그의 농사 규모는 크지 않다.

벌레와 풀을 적으로 여기지 않고 형제처럼 여기는 자연농법의 방식으로 자급 정도의 논농사와 밭농사를 하고 있다. 아울러 꽤 큰 뽕나무밭을 가꾸고 있다. 거기서 나오는 오디로 발효음료를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그는 화학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음은 물론 땅을 갈거나 벌거숭이로 만드는 일은 절대 없다.

그런 방침 덕분이리라. 그의 논에는 저절로 생긴 미나리 밭이 있고, 거머리와 미꾸라지와 야생 달팽이와 소금쟁이 등 수많은 수생 동물이 산다. 밭에도 먹을 수 있는 풀이 많아 밥상에는 늘 야생초가 반이다.

이 책 [산에서 살다 : 조화로운 삶] 은 흙과 더불어 사는 생활에 깊이 뿌리를 박은 저자 자신의 극히 구체적이고 생동적인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그만큼 큰 감동과 설득력을 갖는다. 특히 바보 이반 농장 주인다운 농사법을 통해 문득 눈이 떠지는 자연의 섭리, 그 속에서 만나는 작은 우주, 재미와 행복 등 최성현이 부르는 삶에 대한 찬가는 읽는 이들로 하여금 진정한 행복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산에서 살다>에서 최성현은 말한다.

“ 자연의 삶을 따르라! ”

다음은 산에서 최성현이 하는 일이다.

하루 가운데 반은 농사를 짓고, 남은 반은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번역을 한다. 오래 걷거나 앉아 있는 일도 그가 즐기는 일 가운데 하나다. 예컨대 농사가 반이고 반은 자기의 삶을 위해 산다. 왜 지금 최성현은 “자연의 삶을 따르라!”고 말하는가? 그는 시를 통해 고백한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먹을 것을 손수 농사 지어 먹으며 사는 것이 고도 수행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벌레나 풀과 싸우지 않는 농사. 농사가 곧 공부로 이어지는 농사. 그런 나날을 살고 싶어 한다. 때로 길손이 들르면 따뜻한 밥 지어 대접하고 길손을 통해 하시는 한울님의 말씀을 듣고, 죽는 날까지 딱딱해지지 않도록 누구에게나 풀한 포기 벌레 한 마리에까지 늘 고개 숙이며 살고 싶어 한다.

가진 것은 도시만 못해도 마음이 편하고, 육체노동이 있는 삶.
조용히 내면의 뜰에 빗자루 질 하며 사는 삶.
한 포기의 풀을 존경하고, 벌레 한 마리부터도 배우는 삶.
홀로 농사를 지으면서 글을 쓰거나 번역을 하며, 자신을 깨우는 일에 힘쓰며 사는 산 생활을 통해 무엇이 우리의 삶에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사는 곳의 동식물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것을 무엇보다 큰 보람으로 여기며, 자신의 삶이 그런 쪽으로 도움이 되고, 바뀌어 가기를 바란다. 그가 학수고대하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래 절 스님이 보았다는 장수하늘소를 친견할 수 있는 날이다.

그가 사는 곳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까막딱따구리나 솔부엉이와 같은 새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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