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아이가?" ... 마음의 병이 '진짜 병'
"혹시 우리아이가?" ... 마음의 병이 '진짜 병'
  • 김용수 시민기자
  • 승인 2008.07.2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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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놀이치료 사례 '눈길'

<하루는 팔에 기브스를 한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를 데리고 어떤 어머니가 필자의 연구실을 찾아온 일이 있습니다. “저, 실은요. 이 아이가 태권도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팔을 부러뜨렸어요. 그래서 한 40일 동안학교도 못간 채 요양을 했더니 나았잖아요! 그랬는데 글쎄, 이번에는 지가 지 팔을 부러뜨렸지 뭡니까?” 필자는 아이의 성격진단을 하기위해 치료실로 데리고 갔는데 거기서 아이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제가 팔이 나으니까요. 엄마는 곧장 피아노 레슨이다 태권도도장이다 미술학원엘 가라고 야단치고 용돈도 안주어요. 하지만 팔을 다치고는요, 아무데도 안 갔거든요. 그래서 전요 참 좋았어요. 그래서 제가 계단 난간에 부딪쳐 또 다쳤지요 뭐” >

위 이야기는 28년 전에 출간된 <아이는 이렇게 키워라> (샘터)의 본문이다. 이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역시, 우리 각종 과외공부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어린이 놀이 치료 전문가 정혜자 선생이 30여 년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어린이 마음 치료>(교양인. 2008)는 수많은 놀이 치료 사례를 분석해 보여준다. 일종의 어린이 정신분석학서로, 아이들이 좀 더 건강하고 단단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그 문을 닫아버린 어린이들과 만나 쌓은 슬픔과 기쁨, 공감과 치유의 기록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스스로 얽어 만든 작은 고치 속에 웅크리고 있던 어린이들이 놀이 치료를 받으면서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60여건의 성장 과정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진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아이들의 심리 및 갈등 구조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또한,  겉으로 보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이 보이는 평범한 아이들도 심리적 고통이나 장애를 겪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책의 핵심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놀이 치료는 단순히 놀이로써 하는 심리 치료가 아니라 깊숙한 정신 분석에 바탕을 둔 근본적인 마음치료다. 정신 치료를 받는 성인들이 자신의 감정과 어린 시절의 기억을 언어로 표현하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간다면, 놀이 치료는 자기감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표현이 미숙한 어린이들이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이다.

모래 놀이나 블록 쌓기, 인형 놀이, 찰흙 빗기, 그림 그리기 등 어린이에게 친숙한 ‘놀이’를 통해 마음속의 갈등과 고통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고 극복하도록 도와주는 심리 치료 방법이다.

▶ 현재 우리나라에서 놀이 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들의 상당수는 ADHD(주의력 결핍과잉 행동장애)를 지닌 어린이들이다. 이 어린이들은 거친 행동 때문에 겉으로 문제가 쉽게 드러나 어른들의 주의를 끌어 소아 정신 상담을 거쳐 놀이 치료를 받게 되는 것이다.

반면, 우울증이나 자폐증, 발달 장애 등 마음에 큰 병을 가지고 있는 어린이들은 증세가 아주 심한 경우가 아닌 경우 행동으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아 심리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교육 경쟁과 늘어나는 가족 해체, 인터넷을 비롯한 인스턴트 문화의 확산 등으로 어린이들의 정신세계가 복잡해 놀이 치료 기관을 찾는 어린이가 늘고 있다.

지금까지 자폐증이나 틱 장애처럼 뚜렷한 병리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들이 놀이 치료의 대상이었다면, 요즘은 불안이나 우울, 주의력 결핍이나 게임중독, 도벽 같은 문제를 겪는 아이들도 놀이 치료 대상이 된다. 책에 따르면 겉보기에 평범한 아이라 할지라도 특정 행동에서 이상이 있을 경우 놀이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어느 경우든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치료자의 귀 기울임이 필요하다. 그때야 비로소 아이들은 속 마음을 열게 된다. 그것이 열려야 내면의 갈등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아이를 둔 부모라면 한번 쯤 읽어 볼 만한 좋은 책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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