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책] 젊은이를 위한 독서법
[숨은책] 젊은이를 위한 독서법
  • 한영익 시민기자
  • 승인 2008.07.22 0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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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에 부합하는 책을 읽어라"


[북데일리]유종호의 <문학이란무엇인가>(민음사. 1998)는 제목 그대로 문학이 무엇인지를 규명하려는 욕망이 스며있는 책이다. 충실한 내용과 저자의 압도적인 권위 덕분에 실제로 여러 대학에서 문학입문 교재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시, 소설, 비평, 희곡을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가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을 두고 어떤 유명한 독서가는 '기본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책'이라고 평했다.

그러나,이 말에 쉽게 공감할 수 없었다. 시나 소설에 대한 원초적인 접근을 하고 있지만, 온전히 이해하기가 결코 녹록치는 않았던 까닭이다. 쉽지만은 않았던 책이기에, 스스로를 "기본도 없는 녀석인가"라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책을 거의 다 읽어내어 막 덮으려고 할 때, 눈에 띄는 소제목이 있었다. ‘젊은이를 위한 독서법―시작하는 사람들에게’라는 제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게 해당되는 것 같아 마음이 동했다.

대가가 말하는 독서법은 어떤 것일까. 소제목에 딸린 저 짧은 글에서 평소에 가졌던 수두룩한 의문의 매듭들이 차근차근 풀려나갔다. ‘젊은이의 지적 허영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라는 구절은 나를 뜨끔하게 했다.

특히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점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먼저, 흥미에 부합하는 책을 선택해서 읽을 것. 문학에 있어서만큼은 노력하는자가 즐기는자를 이기지 못함이 명백하다(다른 분야에서도 그렇겠지만, 문학에서 더욱 그렇다는 것이 강조된다.). 아울러, 자기기만의 유혹―지적허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그것을 자각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다. 허영과 기만의 정도를 아는 것은 그 극복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문리(文理)를 틔우고, 문자에 대한, 혹은 언어와 언어예술에 대한 심미안을 개안하는데 시(詩)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한국근대시는 대부분 서정시이고, 그 중에서도 대부분 단시이다. 마음만 먹으면 매우 짧은 시간에 독파할 수도 있다. 글쓰기는 읽기와 보완적이다. 쓰지 않고 읽기만 하는 것은 운동경기를 허구헌날 열심히 보면서, 간단한 도수체조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글쓰기는 곧 글의 선별능력에 기인한다. 선별능력은 읽기에 맞닿아 있다. 결국 글쓰기가 곧 읽기인 셈이다.

소설책처럼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나 천천히 곱씹으면서,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반추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말미에 인용된 “한줄도 쓰지 않고 지나가는 날은 없다.”는 앙드레 모로아의 말이 아른거린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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