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의동화세상] 의자, 알고보니 요술!
[헬렌의동화세상] 의자, 알고보니 요술!
  • 북데일리
  • 승인 2008.02.0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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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가도 가도 모래뿐인 사막. 그 한가운데 놓인 파란의자를 발견한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겠어요? 더위와 목마름에 지쳐있으니 우선 앉아서 좀 쉬어야겠지요?

하지만 생각보다 의자의 활용도는 다양하답니다.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럼 따라가 보죠. <파란의자>(2004. 비룡소)의 두 주인공. 에스카르빌과 샤부도를 말이에요.

두 친구는 사막을 걷고 있었습니다. 삭막하긴 이를 데 없는 그 곳을 열심히 걷고 있던 그들. 저 멀리 있는 푸르스름한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파란 의자네."라고 중얼거린 샤부도. 냉큼 위가 아니라 밑으로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난 의자가 좋아. 밑에 들어가서 숨을 수 있잖아."

아! 그렇군요. 하기사 그렇습니다. 꼭 의자위에만 앉으라는 법 있나요? 샤부도의 재치에 에스카르빌이 끼어들어 봅니다.

"에이, 그 정도는 진짜 시시하지. 의자는 거의 요술이야. 뭐든지 될 수가 있거든."

이제 의자 하나를 두고 마법 같은 놀이가 펼쳐집니다. 개썰매, 불자동차, 구급차, 경주용 자동차, 헬리콥터, 비행기 등. 물에 둥둥 떠다니는 것도 가능하죠. 어슬렁거리는 상어만 조심한다면 말이죠.

가게 놀이부터? 서커스 곡예사나 어릿광대들이 선보이는 멋진 묘기. 이 파란의자 하나면 가능합니다. 둘은 놀이에 완전히 심취했죠.

그런데 훼방꾼이 나타납니다. 아까부터 이 둘을 못마땅하게 지켜보고 있던 낙타였죠. 사막에서 낙타 만나는 거야 흔한 일 아니겠어요?

낙타가 둘에게 다가가서 소리칩니다.

"아니, 머리들이 어떻게 된 거 아냐! 뭐가 서커스야? 서커스는!"

그리고는 잽싸게 의자를 정리합니다. 우당탕, 콰당탕, 쿵. 이제 놀이는 끝.

"의자는 말이야, 그 위에 앉으라고 있는 거야."

그러더니 고집이 담긴 표정으로 의자위에 떡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꼼짝도 하지 않고요.

실컷 웃으셨나요? 그저 웃을 일이 아닙니다. 이런 풍경은 사막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가정에서도 매일매일 볼 수 있는 장면인걸요.

엄마들에게 쌀이란 그저 밥을 해먹는 곡식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트럭에 싣고 갈 모래가 되죠. 냄비가 그저 국 끓이는 그릇 이라고요? 천만에요. 멋진 악기일 뿐 아니라 의자이기도 한 걸요.

말이 나온 김에 냄비의 사용법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볼까요? 모자는 어떨까요? 냄비뚜껑을 돌리면 팽이도 되겠어요. 다섯 개만 엎어놓아도 징검다리처럼 건널 수도 있겠네요.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요? 그 심정은 아마 의자를 바라보는 낙타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요? 아까 우리에게 쓴 웃음을 주던 그 고집쟁이 낙타 말이에요.

파란의자를 통해 어른과 아이의 심상을 비춘 클로드 부종은 워낙 재치 있는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아름다운 동화를 그려내기 보다는 참신한 발상과 시사적인 주제로 다가서곤 하죠. <파란의자>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요 짤막한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만의 세계를 지켜주고 싶은 작가의 고민이 엿보이니까요.

자,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개구쟁이 녀석들이 한껏 어지럽힌 집. 화를 내실건가요? 아니면 한 번 크게 웃어 보실 건가요?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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