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희의 연애잔혹사] ① 싱글들이 결혼 `못`’하는 이유
[고윤희의 연애잔혹사] ① 싱글들이 결혼 `못`’하는 이유
  • 북데일리
  • 승인 2008.01.28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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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이 시대 싱글 남자들이 결혼을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여자를 더 이상 책임지고 싶지 않다. 연애도 섹스도 다 좋은데, 예전의 우리 아버지 세대처럼 처자식 부양할 의무와 권리가 부담스럽다. 책임지고 싶어도 사실 사정이 여의치 않다.

우리 아버지 세대는 대학만 나오면 어엿한 직장을 잡을 수 있었고 일자리도 넉넉했다. 지금은 1류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다. 돈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만 진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가랑이가 찢어지는 시대다.

여자의 도움 없이 남자 혼자서 온 집안 식구들을 먹여 살린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여자들은 아직까지 남자는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런 여자들이 무섭다. 이제, 남자들은 비장하게 결심했다.

“그래! 섹스만 하자! 여관비 정도는 내가 내줄게. 그런데 결혼은 말자! 내가 널 어떻게 평생 책임지니?”

그렇다면 이 시대 싱글 여자들이 결혼을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새 남자들 책임감 완전 상실했다. ‘부양’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졌다. 여자들도 밖에 나가서 일을 하고 경제력에 도움을 달라고 한다. 그래 좋다. 둘이 힘 모아 가정 경제를 부양해 보자! 그런데 애가 태어난다. 그때부터 여자는 아이의 노예가 된다.

밖에서 돈도 벌어 와야 하고 아이도 길러야 하고 살림도 해야 한다. 1인 3역이다. 가사나 육아는 남자가 아무리 도와주어도 여자의 몫이 70% 이상이다. 우리 엄마 세대의 결혼 컨셉은 ‘희생’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여자들은 그게 내키지 않는다. 짜증난다.

엄마가 살던 삶 지켜보는 것만도 짜증났는데 나까지 그렇게 살라고? 왜? 여자만 희생해야 돼? 사회적으로 착한 여자는 미련퉁이로 취급하면서 가정사에 있어서만큼은 착한 여자가 되라고 한다. 그래서 여자들은 가열차게 결심했다.

“가족을 완전히 부양하지 못하는 남자에게 대충 시집가서 어줍지 않은 희생으로 내 인생 마무리 하느니 차라리 그 모든 것을 나에게 투자하겠다.”

‘비혼족’의 원인은 하나다. 남자는 책임지기 싫어하고, 여자는 희생하기 싫어한다.

내가 아는 어떤 나이 드신 분은 결혼은 세 가지 이유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첫째, 서로 헤어지는 게 싫어서

둘째, 같이 자는 게 너무 좋아서

셋째, 그 사람에 대한 연민 때문에

앞에서 대놓고 말씀은 못 드렸지만, ‘아자씨! 그런 마음으로 결혼했다가는 평생을 전쟁같이 살다가 서로 쪽박 차기 딱 좋아요.’

요즘 결혼식장에 가보면 남북정상회담에서 남측과 북측 대표가 38선을 가운데 두고 어색하게 악수를 하고 있는 사진이 떠오른다. 보이지 않게 엄청난 노력으로 서로 협상과 타협을 한 흔적이 신랑신부의 얼굴에 보인다.

쓸쓸함을 느껴야할까? 아니다. 적응해야 한다. ‘사랑’이 ‘결혼의 조건’에서 빠진 지는 꽤 되었다. 다만 우리는 서로의 타협을 사랑이라고 믿고 싶을 뿐.

※ 시나리오 작가 고윤희가 우울한 시대를 구원할 마지막 희망은 바로 ‘연애’라는 주제로 <연애잔혹사>(M&K)라는 책을 펴냈다. 책 내용을 중심으로 10회 분의 칼럼을 나눠 싣는다. - 편집자 주

(사진 - 영화 연애의목적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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