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별이 당신과 날 연결했죠
작은 별이 당신과 날 연결했죠
  • 북데일리
  • 승인 2008.01.1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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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정말이지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 저녁,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별 하나가 거대한 우주 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그 별은 태양계를 지나고, 지구라는 별에 떨어졌습니다.

그 가운데 유럽에, 발칸이라는 반도에, 세르비아라는 나라에, 베오그라드라는 도시에. 별이 마지막으로 다다른 곳은 베오그라드의 한 병원 분만실이었습니다. 싸냐라는 잠든 여자아이의 왼쪽 무릎에 살포시 내려앉았고, 이내 작고 귀여운 점으로 변했습니다. 짠!

그렇게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바냐라는 사내아이도 태어났습니다. 싸냐가 웃으면 바냐도 따라 웃고, 싸냐가 울면 바냐도 따라 울었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말이에요. 한동안 그들은 서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각자가 다른 유모차를 타고 가버렸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우연히 시소를 타다가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서로의 이름을 묻곤 깊이 응시하였습니다.

나를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맹세할 수 있니?

둘은 같은 학교를 다니며 늘 붙어있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홍역과 볼거리를 앓았습니다. 음악 학원에서 연탄곡(두 사람이 한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곡)을 연주해 상도 받았지요. 겨울이면 피겨스케이트를 여름이면 롤러스케이트를 탔습니다.

"네 왼쪽 무릎에 있는 건 뭐니?"

바냐가 싸냐에게 물었습니다.

"내 눈엔 검은 별처럼 보이는데..참 예쁘다. 내가 여기에 입을 맞추어도 될까?"

싸냐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습니다.

그리곤 말했습니다.

"내 아내가 되어 주겠어?"

그들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싸냐는 왜 작아졌을까요?

그것은 바냐가 잠시나마 다른 사람을 마음속에 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그 대상은 우리의 눈 속에서 점점 더 커져갑니다. 반대로 다른 대상을 원할 때는 점점 더 작아지게 되지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이 사실에 익숙해져 버립니다. 바냐가 다른 사람을 바라볼 때 마다 싸냐는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새 싸냐의 미니스커트는 모두 롱스커트가 되어 버렸어요. 그러나 이 역시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런 식으로 새로운 옷을 얻은 셈이었고 새 옷을 살 필요가 없었거든요.

그건 말이지요.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푸른숲. 2007)의 결말은 바냐가 땅을 내려다보는 일러스트 4페이지로 마무리 됩니다. 어떤 의미일까요? 현재는 주위의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속도의 시대. 작가, 그린 모모 카포르는 싸냐라는 특별한 소녀를 통해 바로 그 사랑의 의미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당신은 그 사랑을 잘 키워 나가고 있느냐고. 일흔을 훌쩍 넘긴, 전쟁을 비롯해 인생의 갖가지 시련을 다 겪고 난 작가가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은 그래서 더 큰 울림을 갖는 게 아닐까요?

[제갈지현 책전문기자 galji@naver.com]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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