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책] 동심으로 꽃 피워낸 소박한 미학
[숨은책] 동심으로 꽃 피워낸 소박한 미학
  • 북데일리
  • 승인 2008.01.1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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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동화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어낸 이야기이다. 전래동화는 어린이들에게 재미보다는 교훈을 주기 위하여 주로 권선징악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에 반해 창작 동화는 직접적인 가르침보다는 은유와 우회적인 방법으로 어린이들에게 다가간다. 감동을 통해서 스스로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창작 동화는 중요하고 그 가치가 크다고 말할 수 있다.

<벙어리 동찬이>(현암사. 2006)는 우리나라 동화 모음집 3 권으로 열일곱 명의 동화 작가가 참여한 작품이다. 모두 스물 세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울교육대학생과 일선교사들의 모임인 어린이 교육위원회에서 엮은 이 책은 심혈을 기울인 노력 여러 곳이 돋보인다. 다양한 대중 매체의 범람으로 인해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동화책이다.

우선 가치 갈들만을 제시하고 그 판단을 독자에게 맡겨두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강정훈의 "우리 아빠"에서 보여 주듯이 판잣집 의사가 훌륭한 사람인지 아니면 번화한 오 층 병원의 박사 의사가 훌륭한 사람인지 지은이가 판단해버린다면 재미가 없을 것이 분명하다. "벙어리 동찬이"도 마찬가지다.

`얼럴럴럴럴`

동찬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것뿐이다. 그렇지만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이 말 속에 하고 싶은 모든 말이 다 들어 있음은 권정생은 강조하고 있다. 이 얼마나 강한 힘인가. 이 것이 바로 동화의 힘이 아닌가.

`중달이 아저씨`의 마음은 또 어떠한가. 땅이 두 개니 하나는 나눠줄 수 있고, 그 마저도 수남이의 병을 고치기 위하여 사라졌지만 그것으로 행복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기주의에 빠져 헤매고 있는 현대인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김일환의 `돌배섬` 이기심의 끝은 모두의 파멸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도둑의 아들`은 사람이 왜 착하게 살아야 하는 가를 보여주고 있고, `어떤 형제`는 혈육의 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손춘익은 곤충들을 빌려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창작해내고 있다. 저자의 기발함을 돋보인다. `거꾸로 가는 도마뱀` 은 욕심의 허구를 절실하게 보여줌으로서 나눔의 미학을 강조하고 있다.

한윤이의 "엄마의 얼굴" 때 묻지 않은 동심을 그대로 드러낸다. 동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이여기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애꾸눈 엄마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이 동심이고 그 것은 모두 다 이해하는 엄마의 마음이 감동으로 다가선다. 아이의 마음이 다칠까봐 학교에 가지 않는 엄마의 마음이 직설적으로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독자들은 얼마든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동화의 매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심은 소박하다. 꾸며져 있지 않다. 그러니 당연 화려하지도 않고 가식도 없다. 순수한 그대로이다. 그래서 상처받기 쉽고 다치기 쉽다. 이렇게 여린 동심이 다치기 않도록 해주는 것이 어른의 책임이다. 동화는 이런 소박한 어린이의 마음에 꽃을 피워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벙어리 동찬이>는 동심을 더욱 깨끗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멋진 꽃을 피워낼 수 있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동심의 소박한 미학을 활짝 피워낸 좋은 책이다.

[정기상 시민기자 kees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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