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크리스마스! 늑대아저씨
메리크리스마스! 늑대아저씨
  • 북데일리
  • 승인 2007.12.2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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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드디어 크리스마스입니다. 1년 중 가장 특별한 날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이 날을 꼽겠습니다. 한 달 전부터 거리를 빛내는 현란한 트리와 장식. 괜스레 달뜨는 마음. 세상에 어떤 축제가 이 보다 낭만적이고 흥겨울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어떨까요? 그들에게 있어 크리스마스는 환상 그 자체입니다. 거리를 채우는 캐럴 송. 외출하면 쉽게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의 행렬. 게다가 멋진 선물과 특별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잖아요.

산타클로스를 믿던, 믿지 않던 중요하지 않습니다. 축제를 즐기는 법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헌데 누구나 크리스마스를 즐기는 건 아닙니다. 저길 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늑대아저씨>(2002. 시공주니어)의 늑대 말이에요.

예쁘게 나무 장식을 하며 성탄절을 맞이하려는 8마리의 돼지들. 이들은 축제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합니다. 하지만 늑대에게 크리스마스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장 뱃속을 채워줄 포동포동한 8마리의 돼지들만 눈에 들어올 뿐이죠. 게다가 돼지들이 부르는 신나는 캐롤. 영 거슬립니다. 도대체 크리스마스가 뭐가 대단하다는 거죠?

배고픈 늑대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부숴가며 그들을 덮칩니다. 순식간에 8마리의 돼지를 잡죠. 이제 먹을 일만 남았네요. 오늘은 포식을 하려나 봅니다.

아이고, 근데 저런. 늑대는 자신이 망가뜨린 크리스마스트리를 밟고 넘어지네요. 돼지들은 안전하게 잔디에 떨어졌지만 늑대는 크게 다치고 맙니다.

정신을 차린 늑대. 온몸이 미이라처럼 친친 붕대에 감겨있습니다. 눈앞에서는 8마리의 돼지가 알랑거리네요. 당장 잡아먹어야 할 텐데. 온 몸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너희를 잡아먹어버리겠다고 소리쳐 보지만 헛수고 입니다. 붕대에 입이 막혀 그저 "우우우~~우~"거리는 소리로 들릴 뿐이거든요. 그 외침을 제 멋대로 사과하는 거라고 여기는 8마리의 돼지들. 늑대는 좀 더 무섭게 소리치지만 착한 돼지들은 여전히 긍정적인 답으로 생각해버립니다.

아! 너무나 분한 늑대는 눈물을 찔끔 흘리고. 아기 돼지들은 늑대가 안쓰러워 눈물을 닦아주네요.

지친 늑대는 잠자리에 들고 잠든 그의 머리맡에는 빨간 장갑이 놓입니다. 성탄의 기쁨을 즐길 줄 아는 아기 돼지의 선물이지요. 눈물을 흘리며 잠든 척 하는 늑대. 여전히 분해서 우는 걸까요? 아니면 감격해서일까요?

<메리크리스마스, 늑대아저씨>(2002. 시공주니어)의 작가 미야시니 타츠야의 그림은 한 눈에 아이들을 매료합니다. 금방이라도 "난 재미있는 책이야."라고 말을 걸 듯 한데요. 바로 시선을 사로잡는 익살맞은 일러스트 덕분입니다. 판화 같기도 하고 동양화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굵직한 테두리선,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단순한 색감, 개성 있는 캐릭터. 범상치 않게 느껴지는 일러스트의 뒤에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전력이 숨어있습니다. 회화적이지 않고 간결하고 명쾌한 그림은 거기에서 기인한 것이겠지요.

라인이 살아있는 그림 덕분에 8마리 돼지 각각의 표정을 관찰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늑대의 심정을 따라 변화하는 표정 관찰도 볼거리지요. 불필요 한 것을 과감히 제외하고 꼭 필요한 부분만 남긴 심플한 일러스트가 아니었다면 이 책의 재미는 반감되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쨌거나 주인공 늑대는 자신이 잡아먹으려던 돼지들에게서 크리스마스를 참되게 즐기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을 실천하지요.

사실 이 책의 어디에도 산타클로스나 루돌프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탄절이 주는 참된 메시지. `사랑의 실천`이라는 것을 되새겨 보면 이 책의 값어치가 크게 느껴집니다. 산타클로스를 기다리고, 선물을 받고, 기쁨을 나누는 것이 성탄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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