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소설의 무서운 예언
SF 소설의 무서운 예언
  • 북데일리
  • 승인 2007.10.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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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SF소설만의 매력이라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 하나만 이야기 하면 똑같은 일상, 틀에 박힌 현실을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지구라는 행성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상상력을 제공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파운데이션>(현대정보문화사. 2002)은 SF 문학에서 거장이라고 불리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표작으로 엄청난 스케일과 정교한 과학적 지식으로 독자들을 그가 만들어낸 세계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심리역사학 - 수학적 통계에 의해 인류의 미래를 예언

“파운데이션”이라는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역사학”이라는 용어를 이해해야 한다. 이것은 수학적 통계에 의거해 인류의 공통된 행동방식을 하나의 방정식으로 만들어서 미래를 예언한다. 아시모프는 과학자답게 원자수준의 운동방향을 예측하는 ‘양자역학’의 방법론을 인간행동으로까지 확장하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수학적으로 정립된 일정한 논리체계를 이용해서 계산한 후 ‘아하, 다음의 기준에 합당하게 이러한 그룹은 저러한 그룹보다 종교에 심취할 가능성이 많으니 인류에게 이러이러한 충격이 주어지면 인류는 저러저러하게 반응하겠구나’ 하고 단정할 수 있는 일반론을 찾고 있단 말이예요.” (해리셀던)

“진짜 끔찍하군요! 인간들을 마치 단순한 기계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이 버튼을 누르면 저 근육이 움직인다는 식이에요.” (도스)

“수많은 버튼이 다양한 형태로 동시적으로 눌러져서 종류가 다른 수많은 반응을 나타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모든 예언은 기본적으로 확률에 근거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그러니 각 개인은 계속해서 자유행위자로 남아 있게 되지요.” (해리셀던)

이 책의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를 보면 심리역사학이 개인의 존재는 그리 중요하지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세포를 구성하는 유전자처럼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전체로서의 인류의 행동양식이 중요하다는 식이다.

그렇다면 나라마다 각기 다른 문화와 행동양식 속에서 어떻게 공통의 법칙을 구할 수 있을까?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환원론’이라는 방법론인데, 최초의 가장 단순한 형태의 문화를 출발점으로 삼아 거기에서 일반 법칙들을 찾아 수학 방정식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Foundation Trillogy (파운데이션 3부작)

“Foundation” “Foundation and Empire” “Second Foundation” 아시모프가 최초로 쓴 3부작을 일컫는 말이다.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해리셀던’ 은 그 자신이 만들어낸 심리역사학으로 은하제국이 쇠퇴기에 접어들었고, 5백년 후에는 제국의 수도인 ‘트랜터’가 완전히 멸망한다는 사실을 수학 방정식으로 계산해낸다. 은하제국이 멸망하게 되면 3만년간의 암흑시대가 오게 되고 그걸 막기 위해 은하계의 양 끝에 문명의 근원을 지켜줄 ‘파운데이션’을 만들어서 1천년 후 제2은하제국을 건설한다는 ‘셀던프로젝트’를 계획한다.

그리고 자신을 추종하는 10만 명의 사람들을 은하계의 끝에 있는 ‘터미너스’로 이주시키고 은하백과사전을 편찬함으로써 인류의 지식을 보존하려고 한다. ‘해리셀던’이 죽고 프로젝트에 위기를 주는 사건들이 발생하지만 ‘심리역사학’의 역사적 필연성에 의해 해결된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시행된 지 300년이 지나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것은 돌연변이체 ‘뮬’의 등장이었다. ‘뮬’은 보통사람이 지니지 못한 강력한 정신적인 힘으로 ‘제1파운데이션’을 파괴하게 되는데,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한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신비한 “제2파운데이션”을 찾아 나서게 된다.

결국 ‘뮬’은 “제2파운데이션’을 찾지 못하고 죽게 되고, “제1파운데이션”은 다시 재건된다. 하지만 “제1파운데이션” 사람들은 “제2파운데이션”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셀던프로젝트’는 다시 실패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파운데이션 3부작은 아시모프가 1951~1953 사이에 쓴 최초의 시리즈이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순서로는 3~5권이 되는데, 이 시리즈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30년 후에 ‘Foundation Edge’ ‘Foundation and Earth’ ‘Prelude to Foundation’ ‘Forward the Foundation’ 같은 작품들이 출간된다.

하지만 이후의 작품들은 소설로서의 구성력이 떨어지고 내용도 상당히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9권의 책이 너무 부담이 되는 사람이라면 ‘파운데이션 3부작’을 읽는 것만으로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

셀던프로젝트 & 갤럭시아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파운데이션’ 에서는 인류의 바람직한 미래를 위해 2가지 방법론을 제시한다. 하나는 ‘해리샐던’이 심리역사학을 통해 1,000년 후의 미래를 예언한 ‘셀던프로젝트’인데 기본적인 가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원칙, 인류를 무작위로 상호작용 하는 개인의 집단으로 통계 처리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많은 숫자의 인간을 포괄해야 한다.

두 번째 원칙, 인류는 셀던프로젝트에 따른 결과가 도출되기 전까지는 심리역사학상의 결론을 알아서는 안 된다.

세 번째 원칙, 이미 알려진 두 개의 원칙들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한편으로, 인간들이 은하계에서 유일한 지적인 종이며 따라서 사회와 역사의 발전을 담당하는 유일한 유기체는 바로 인간일 뿐이다. 즉 은하계에는 지적인 유기체는 단 한 종뿐이고 그것은 바로 호모 사피엔스 이다.

또 하나의 대안은 로봇인 ‘다닐 올리버’에 의해 인간성을 단일 유기체로 변환시키는 “갤럭시아” 이다. 이것은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과 식물들, 그리고 무생물까지 통합시킨 안정된 생태계를 의미한다. 전 은하계가 단 하나의 정신으로 통일된다.

아시모프는 두 가지 방법론 중에 “갤럭시아”를 선택한다. 왜 그는 이성적이고 인간의 의지를 중요시하는 “셀던프로젝트” 대신 기계적이면서 맹목적인 “갤럭시아”를 선택했을까? 추측하자면, 아시모프는 너무나 불안정하고 나약한 인간의 정신을 초월적인 하나의 공통의식에 편입하는 게 개체성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책의 결론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작가의 생각이 정답은 아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그건 책을 읽은 독자 마음이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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