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의 극적 진보와 인류의 비밀
고고학의 극적 진보와 인류의 비밀
  • 북데일리
  • 승인 2007.09.1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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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거대하고 낡아빠진 손수레를 밀로 삽으로 흙덩이를 퍼서 던졌다. 그러는 와중에 부츠는 다소 척척한 서머싯 현장의 진흙으로 가득 찼다. 이런 축축한 느낌과 함께, 우리는 땅에서 물건들이 수없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었다."

[북데일리]<고고학자, DNA사냥을 떠나다>(바다. 2007)는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지를 기술하는 글로 시작한다.

이러한 경향은 1980년에 고대 생체분자를 연구하게 되면서 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변화의 시작에 DNA 이중나선의 발견이 있었다. 기존에는 발견된 유물에 대한 기원을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려웠고, 그 당시의 생활상을 추측에 의존해야만 했다. 그런데 학자들은 생체분자가 제대로 보존만 되면 멸종된 생물에 대해서도 연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고 설명한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 유기체에 남아있는 유전자들의 기원을 조사하면 고대의 생활상을 눈으로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1994년에 만들어진 <쥬라기 공원>은 생체분자고고학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직은 영화적 상상력에 그치고 있지만 외부의 환경에 오염되지 않는 완전한 유기체와 좀 더 정밀한 DNA 증폭기술이 개발된다면 현실화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의 저자인 마틴 존스는 1970년대 후반부터 고고학의 인접 학문들을 통합한 고대생체분자연구회를 조직하면서 고대 인류의 미스터리에 도전한다. 게놈프로젝트로 밝혀진 유전자 지도는 종(種) 들 간의 공통점과 차이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했다. 특히 미토콘드리아 DNA는 고대 인류에 대해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아프리카로부터) 라는 가설은 인간의 진보를 향한 거대한 집단 동력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은 원시인류의 종들이 대개 멸종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글에서 저자는 하나의 원시인류 집단이 인류라는 종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었다는 가설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면서 인류의 사촌으로 여겨지는 네안데르탈인의 정체에 대해 추론한다.

네안데르탈인은 1856년 뒤셀도르프 근처 네안데르 계곡 위쪽 펠트호프 동굴에서 이마에 상당한 크기의 뼈가 튀어나와 있는 상태로 발견된다. 이것은 시대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어왔다. 빅토리아 시대에는 동물과 인류 사이의 반인으로, 1960년대에는 북경인, 자바인과 같이 점진적인 진보에 따른 하나의 공통적인 종의 일부로 여겨진다.

고대 DNA 샘플 연구에서 드러난 인류의 기원에 대해 살펴보자.

“현대인의 선조는 미토콘드리아 이브의 추정 시기와 일치하는 12~15만 년 전에 출현했을 것이고, 인간과 네안데르탈인의 공통 선조는 55~69만 년전에 살았을 것이다. 해부학적으로 볼 때, 걸을 수 있었던 최초의 현대인은 50만 년 동안 네안데르탈인 계통과 아무 관계가 없었다.”

이 글을 보면 저자가 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을 전혀 별개의 종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구와 장식, 음악과 의례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교환했을지는 몰라도 성관계를 하지는 않았다고 추측한다. 그들은 스페인 서부에서 2만 년 전까지 존재했다고 한다.

수십만 년 동안 생존했던 그들이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이러한 의문에 저자는 현재로써는 알 수 없으나 외부 환경에 대한 유전자의 적응도에 초점을 맞춰야 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지질학적 시간 앞에 인류 역시 사라진 모든 종(種)의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생체분자고고학은 고대세계의 문명 전파 과정을 상세히 묘사한다. 이집트의 미라가 어떻게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영향을 끼쳤는지,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세계에 6만 년 전에 첫 번째 인간이 이주했다는 가설과 많은 연구자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고대의 바다 횡단, 사하라 사막 여행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기존의 방식과 달리 시간의 흐름 속에 사라진 인류의 과거를 탐구하는 분자고고학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과거는 현재와 전혀 동떨어진 세계가 아니며, 인류라는 종(種)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라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가 현재진행형이며 유전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혁신적인 분석방법이 개발된다면 선사시대 전체를 그대로 재현해 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라고 주장한다.

“우리는 곧 호모 에렉투스와 이와는 다른 중요한 종들의 단백질에 대해서 알게 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들려줄 그의 새로운 이야기가 기대된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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