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성과 광기는 동전의 양면...신의 저주인가
천재성과 광기는 동전의 양면...신의 저주인가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5.11.11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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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거나 천재거나> 체자레 롬브로조 글 김은영 옮김 / 책읽는귀족

[화이트페이퍼=정미경 기자] 역사 속에는 수많은 천재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삶은 순탄치 않은 경우가 많았다. 쇼팽, 콩트, 쇼펜하우어는 심각한 우울증과 강한 자부심 등의 복합적인 증세가 있었다. 보들레르와 루소는 알코올 중독이 심했고, 다혈질에 충동적이고, 성적으로 도착적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이솝, 찰스 다윈은 말을 더듬었다. 또 상당수의 위인들은 독신을 고집했다. 결혼했으나 자손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천재는 조숙한 모습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이는 정신병자에게서도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다. 단테는 아홉 살에 이미 베아트리체에게 연시를 지어 보냈다. 파스칼과 콩트는 열세 살에 이미 위대한 사상가의 모습을 갖추었다. 괴테는 열 살이 채 되지 않았을 때 7개 국어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했다. 이런 예는 무수히 많다. 이어 천재들은 흔히 떠돌아다니는 습성이 있다. 하이네, 바이런, 세르반테스 등이 그랬다

“한편, 천재는 영감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온다. 오히려 보통사람보다 모자랄 수도 있다. 사람이 어느 한 면이 뛰어나면 다른 어딘가가 부실해지는 것으로 현재적 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이중인격, 또는 모순인격이라고 할 만한 특징이 천재들에게 나타난다.” (p.61)

천재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더 많은 것을 본다. 그리고 훨씬 더 활력이 있고 집요한 면이 있다. 그들은 기억력에서도 월등한 모습을 보이고 여러 상황을 조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무심코 흘려버릴 작은 것들도 놓치지 않고 이리저리 조합해서 수천 가지 새로운 모양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이것을 ‘창조’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들의 부정적인 면도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다. 그들은 자신들이 핍박을 받는다고 믿고, 온갖 이유를 찾아내서는 비탄과 우울감에 빠진다. 지적인 탁월함으로 사물의 본질에 대해서 남들과는 다른 해석을 내리기도 하지만, 지나친 신경활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신경 쇠약에 걸리기도 한다. 천재들이 작품을 내놓을 때 들쑥날쑥 기복을 보이는 것이 다 이런 이유다. 비애감, 우울, 소심함, 이기심 등은 탁월한 지적 능력의 대가로 따라오는 것들이다.

신간 <미쳤거나 천재거나>(책읽는귀족. 2015)는 아주 광범위하고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천재들을 분석하고 있다. 책에는 니체, 뉴턴, 쇼펜하우어, 루소, 파스칼, 소크라테스, 이태백 등 수많은 천재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기상천외한 기행들을 읽다보면 500페이지 이상 되는 두꺼운 책이 술술 넘어간다. 저자 체자레 롬브로조는 이탈리아의 정신의학자로서 법의학과 범죄인류학의 창시자로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 책이 1888년에 처음 출간됐을 때 ‘천재성이 유전적 정신병의 형태일 수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어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단순한 웃음거리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천재, 나아가 사람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최고의 불운이라고 할 광기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마음을, 동시에 천재의 걸출함에 지나치게 현혹되는 것에는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자”는 저자의 결론이 와 닿는 이유다.

화이트페이퍼, WHITE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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