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쏟아내는` 호기심 소녀의 사유여행
`질문 쏟아내는` 호기심 소녀의 사유여행
  • 북데일리
  • 승인 2007.07.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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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데일리] 나는 누구인가. 지금은 언제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보았을 질문이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이런 질문을 던질까. 모르는 것에 대해 알고 싶고, 그것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본질 때문은 아닐까.

여기, 한 소녀가 있다. 천둥번개가 치는 밤. 침대 위로 올라간 소녀는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한다. 수천 가지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고 있기 때문. “무한의 끝은 어딜까?”로 물꼬를 튼 질문들은 소녀의 머릿속에 고여 있길 거부한 채 침대 바깥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놀라운 사유의 여행이 시작된다. 그림책 <천둥치는 밤>(비룡소. 2006)의 줄거리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운명’이란 정확하게 뭘까? 이 세상의 끝이란 게 있을까?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어디로 갈까? 영원한 세계로 가는 걸까?”

한 페이지 당 한두 개의 문장이 등장한다. 질문은 두서없으나 매우 철학적이다. 또한,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다. 유아적인 호기심이나 엉뚱한 상상력으로 치부할 만큼 가볍지 않다.

평범한 여자아이의 생각은 삶과 죽음, 우주와 세계를 아우른다. 그것은 한바탕 꿈이 아닌, 머나먼 여행에 가깝다. 아이를 어른으로, 어른을 아이로 만들어주는 이 책의 포용성이 곳곳에 눈에 띈다.

난 가끔 내가 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있어.

만약에 우리가 몸을 서로 바꿀 수 있다면…….

아니면 우리 몸 가운데 우리가 싫어하는 부분만이라도 감출 수 있다면!

난 겁이 나, 사람들이 갑자기 나만 남겨 두고 떠날까 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헤어지게 될까 봐…….

그리고 이 넓은 세상에 나 혼자만 남게 될까 봐!

난 가끔 궁금해,

살아 있을 때보다 죽은 다음이 더 행복한지!

그런데 거기서는 사람들이

도대체 하루 종일 뭘 하며 지내지?

그림책의 그림은 글과 같은 역할을 한다. 때로는 글보다 중요한 몫을 맡기도 한다. 이 책 역시 그렇다. 얇은 펜 그림은 단순하면서도 날카롭다. 흑, 백, 선(線)을 통해 호기심과 두려움, 외로움 등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소녀에게 말해주고 싶을 것이다. 바로 이렇게.

“나도 잘 모르겠어. 과연 답이 있는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사유하는 너로도 충분해. 빛과 소리로 밤하늘을 흔드는 천둥처럼, 너 역시 생각하고 물음으로써 부쩍부쩍 자랄 테니까”

[고은경 시민기자 rad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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